[이기홍 칼럼]李는 필사적 변신쇼, 尹은 ‘새 보수’ 대신 ‘올드맨쇼’

이기홍 대기자 입력 2021-11-26 03:00수정 2021-11-26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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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끼 노린 코스프레일지언정
이재명 “새 민주당” 외치며 변신 시도
윤석열은 과거 회귀적 3김 논란 자초
선대위에도 비리 의혹 낡은 인물 포진
보수쇄신도, 2030도 뒷전인가
이기홍 대기자
예상대로 이재명 후보가 변신에 나섰다. 연일 정권의 실정을 사과하고 눈물을 흘린다. 큰절까지 등장했다.

선거철 후보의 변화가 진정한 변신인지 산토끼를 노린 코스프레인지 판단하려면 두 가지를 살펴야 한다. 첫째, 그의 본질이다. 표 앞에선 누구나 반짝 변할 수 있지만 수십 년간 쌓여온 가치관과 이념, 성품은 변하지 않는다.

둘째, 비근한 사례들이 어땠는지다. 2017년 초 지지율 30%대 박스권에 갇혀 있던 문재인 후보는 통합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 덕에 40%를 돌파했지만 통합 약속은 어떻게 됐는가. 문 정권이 대한민국 역사상 통합과는 가장 거리가 먼 족적을 걸어왔음은 국민 대다수가 동의할 것이다. 지지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진보 진영의 숙원 사항들을 대부분 실행에 옮겨 나라의 틀을 바꾸려했고, 비판론자들의 표현을 빌리면 국가 지도자가 아닌 진영의 수장, 부족전쟁 시대 족장처럼 오로지 지지자들만 바라보며 편가르기 통치를 한 정권으로 기록될 것이다.

21일 국민과의대화에서 고용 등 최악의 성적을 낸 분야마저 스스로를 극찬한 것도 오로지 지지자들에게 ‘우린 성공했다’ ‘회의(懷疑)하지 말라’는 확신을 끊임없이 주입·세뇌시키려는 전략의 산물로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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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후보는 DJP연합으로 공동정부를 약속했지만, 초창기 반짝하다 곧 DJ본색으로 돌아갔다. 박근혜 후보도 경제민주화를 내세웠지만 집권 후 경제정책이 어느 쪽으로 갔는지는 모두가 안다.

이재명이 변신 모드로 접어들자 그동안 홍위병 시대가 무색하게 설치던 강경파 초선들도 바짝 엎드리는 모드다. 하지만 상습 과속 운전자가 무인단속기 앞에서 잠깐 속도를 줄인다고 운전습관 자체가 변한 건 아니다.

완장 차고 설치다 국군이 수복하자 바짝 엎드려 살아남은 이들이 그 후 빨치산이 마을을 차지하자 더 극악하게 날뛰던 모습을 기억하는 어른들이 많다. 강경파들은 곧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좌파 운동권에게 전술적 변신·연대는 생존 본능처럼 자연스러운 DNA다.

진정이든 코스프레든, 그래도 이재명은 지지율 한계를 뚫기 위해 동물적 감각으로 변신하며 ‘새민주당’ 1일 차, 2일 차를 카운트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같은 시각 윤석열 후보는 ‘새누리당’을 연상케 하는 흑백필름을 돌리고 있다. 수십 년 만에 다시 등장한 ‘3김’ 논란에 정권교체 열망층은 기가 막히고 여당은 미소 짓는다. 1985년의 ‘3김 낚시론’이 바로 지금을 내다보고 나온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김종인 김병준 김한길을 간판으로 내세워 누구를 감동시킬 수 있다고 보는 걸까. 그들이 무용하거나 무능하다는 차원이 아니다. 꾀돌이 김한길의 지략과 김병준의 정책이 필요하다면 고문으로 모셔 수시로 상의하면 된다. 김종인에 매달리는 것은 중도파 공략 때문일 텐데, 여기서 착각은 중도파의 실체에 대한 것이다.

정확히는 중도파라기보다는 소극적 보수와 소극적 진보라 보는 게 맞다. 보수지만 후보가 싫은 사람들, 진보지만 대통령이나 후보가 싫어 부동층이 된 사람들이다. 경제민주화 같은 단일 그물망으로 포획할 수 있었던 과거 중도파와 달리 지금의 부동층은 경제 안보 사회문제 등 모든 부문에 걸쳐 이슈마다 이해관계와 이념적 포지션이 각각이다.

윤석열이 지금 집중해야 하는 건 막연한 중도가 아니라 정권교체를 바라지만 윤석열은 싫다는 비호감층이다. 윤석열 지지율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 비율보다 10% 이상 낮다. 정말 매달려야 할 상대는 3김이 아니라 홍준표 유승민 안철수인 것이다. 홍, 유와 원팀을 이뤄 그들에게 쏠렸다가 부동층으로 옮겨간 정권교체 지지층을 잡아야한다.

끝내 거절당해도 손해 볼 게 없다. 1992년 대선 때 김영삼은 광양까지 찾아가 박태준에게 4시간이나 매달렸지만 거절당했다. 하지만 망신을 당한 덕택에 지지층을 상당수 흡수했다. 2002년 대선 전날 밤 정몽준 집 앞에서 돌아서는 노무현의 모습은 다음 날 젊은층의 투표소 행렬을 불러왔다.

윤석열이 받는 지지 속에는 보수의 썩은 부위를 도려내 새로운 보수를 만들어달라는 기대도 담겨 있었다. 정치 새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쇄신은커녕 설상가상으로 선대위 직능본부장에 자녀 채용 비리 혐의로 1심 무죄, 2심 유죄를 받은 옛 원내대표가 포진하고, 사무총장은 비록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공기업 채용 비리로 구설에 올랐던 절친이다. 그러니 국민적 신망과 기대가 큰 새 인물, 갑남을녀의 이익을 대변할 인물들을 찾는 발품을 팔지 않고 눈과 귀가 벌써부터 정치권에만 갇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양정철의 말처럼 민주당은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이재명은 카멜레온보다 교묘하고 도마뱀보다 민첩하게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예상대로 검찰은 대장동을 조기 마무리 국면으로 몰고 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위기 앞에서 윤석열은 조용하지만 간절히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국민들이 가슴속에 담고 있는 질문을 듣지 못하는 걸까. 당신을 지지하지 않는 비호감층이 누구인지, 그들이 왜 당신을 꺼리는지 파악하고 있는가, 지금까지 2030에 대해 내놓은 정책이 뭐가 있는가, 집권 후 비전을 제시한 건 뭐가 있는가, 뉴보수의 청사진이나 쇄신 의지를 보여준 게 있는가….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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