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상황을 바라보는 국민은 어리둥절하다. 대장동 특검에 부정적이던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달 10일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이라며 ‘조건부 수용’을 시사했다가 18일엔 “의혹을 깨끗이 터는 차원에서라도 특검을 강력히 요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조건을 붙이지 말고 하자”는 말도 했다. 그 후로 특검 협상은 감감무소식이다. 원내대표들이 만난 적도 없다. 여당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 등을 특검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야당은 “윤 후보 문제를 끼워 넣자는 건 물귀신 작전”이라고 반박하는 등 여론전만 펼쳤을 뿐이다.
무엇보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과연 특검 의지를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검찰이 대장동 의혹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 후보가 관련된 ‘윗선’ 개입 여부, 재판거래 의혹 등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 후보 말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수사 발표 이후 더 적극적으로 특검을 요구했어야 마땅하다. 특검 얘긴 슬쩍 뒤로 돌리고 민주당도 야당 법안이긴 하지만 법사위 상정을 막았으니 “대장동 탈출을 위한 기만전술” “이중 플레이” 등의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대장동 특검 도입의 득실만 따지는 여야의 태도에 국민만 우롱당하는 느낌이다. 수천억 원의 개발이익으로 많은 국민에게 박탈감을 안긴 대장동 의혹의 실체는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더욱이 유력 대선후보의 도덕성 검증과 관련된 사안이다. 대선을 핑계로 진실 규명이 흐지부지될 경우 더 큰 정치적·사법적 후유증이 남는다. 대선 투표일까지 97일 남은 만큼 시간이 빠듯하지만 이제라도 정도를 걸어야 한다. 여야는 즉각 특검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