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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함께 해결해야 할 청소년 도박[기고/김춘순]

김춘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
입력 2021-11-29 03:00업데이트 2021-11-2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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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
청소년 도박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접수된 청소년 도박 관련 상담 서비스 이용자는 2015년 36명에서 2020년 293명으로 5년 사이 700% 이상 폭증했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청소년 도박을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듯하다.

청소년들은 홀짝, 사다리 게임 등 놀이문화 형태로 도박을 처음 경험하는데, 소액이다 보니 경계심이 별로 없다. 친구가 게임 같은 온라인 도박으로 돈을 따는 것을 보고 부러운 마음에 가볍게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다 점점 금액이 커지면서 자신도 모르게 도박 중독에 빠져들기 쉽다.

도박의 역사는 기원전 360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집트 유적에서 출토된 게임판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놀이 형태의 도박을 즐겼음을 보여준다. 프랑스 사회학자 로제 카유아는 ‘놀이의 타락’ 이론을 통해 놀이가 현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20년 청소년 도박 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도박을 시작한 이유의 1위가 ‘일시적인 재미’였다. 재미 삼아 시작한 놀이가 출발점인 것이다. 최근 스마트폰 대중화와 정보기술(IT) 발달로 청소년들이 불법 도박 사이트에 무차별적으로 노출되면서 유혹은 더 커지고 있다.

정부는 도박 문제 해결을 위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를 설치해 도박 산업을 관리 감독하고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통해 예방교육, 치유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시도 교육청과 협력해 ‘청소년 도박 문제 예방교육 실시에 대한 조례’가 제정되도록 하는 등 청소년 도박 문제에 대처해 왔다. 불법 도박 사이트 차단을 위해서 불법 온라인 도박 감시시스템 구축을 통한 기술적 접근과 더불어 수사기관과의 협업으로 현장 단속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캐나다 토론토대 테퍼먼 교수 등은 도박에 빠졌던 러시아 소설가 도스토옙스키를 비롯해 200명 이상의 도박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어린 시절 트라우마, 도박에 우호적인 문화, 도박장 접근 가능성 등 사회·환경적 요인이 도박 중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도스토옙스키 효과’라고 명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정부나 공공기관뿐 아니라, 학부모와 교사, 청소년 모두가 함께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처해야만 도박 확산을 막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그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아 부모나 교사의 개입이 쉽지 않다. 혹시라도 내 아이가 재미 삼아 도박에 빠져들지나 않는지 가정과 학교에서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이유다.

청소년 도박은 단순한 놀이문화가 아니라 심각한 일탈이다. 경우에 따라 폭력, 절도 등 범죄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 이런 인식을 우리 사회가 공유하면서 사전 예방활동을 통해 도박의 위험을 널리 알리고, 쉽게 도움을 청하도록 사회적, 심리적 거리감을 줄여나갈 때 청소년 도박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춘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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