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책임 묻는 감시는 유권자의 몫[동아광장/한규섭]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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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초래하는 판이한 여론조사 결과
유권자 인식-선거 결과에 큰 영향 미쳐
잘못된 결과 내놔도 선거 이후엔 면죄부
표심에 영향 주는 조사기관 책임성 필요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이번 주 국민의힘(이하 ‘국힘’) 경선을 끝으로 양대 거대 정당 경선이 마무리되고 본선 경쟁이 시작된다. 경선 기간에는 판이하게 다른 여론조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유권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해 왔다.

가령 거의 같은 시기(10월 11∼13일)에 실시된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는 다자구도에서 윤석열 후보 지지율을 30.7%로 추정한 반면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18.8%로 추정했다. 거의 12%포인트 차다. 이러한 ARS(조원씨앤아이)와 전화면접(한국리서치) 조사 간 차이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여론조사는 여론의 지표임과 동시에 여론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인식은 실제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무리 자신과 정책 선호가 겹치더라도 여론조사에서 경쟁력이 없는 것으로 나오는 후보에게 투표하기는 쉽지 않다. 사표 방지 심리 때문이다. 국힘 경선에서 ‘역선택’ 가능성이 논란이 된 이유다. 유권자가 앞서가는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이는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도 잘 알려진 현상이다.

여론조사를 둘러싼 논쟁의 맹점은 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 후보자들의 지지율 ‘참값’을 관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선거 이후에는 관심이 낮아져 잘못된 결과를 내놓은 조사기관들도 쉽게 잊혀지는 ‘면죄부’를 받는다. 해당 업체들은 투표율이 100%가 아니기 때문에 선거 결과가 여론의 ‘참값’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으나 이는 형식논리에 기반한 말장난에 가깝다. 선거여론조사가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언론과 정당들이 비용을 들여가며 여론조사를 의뢰할 이유가 없다. 유권자들의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대선 기간 주기적으로 대선후보 지지율 조사 전수를 취합하여 각 조사기관의 경향성을 보정한 지지율 추정 값을 발표할 계획이다. 매주 해당 시점에서의 조사기관별 경향성도 추정한다. 선거 이후 어느 기관이 ‘참값’에 더 가까운 결과를 내놓았는지 시장과 유권자들의 평가를 받게 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조사기관별 고유한 경향성 변화폭이 크고 특정 기관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한국적 특성을 고려한 모형을 개발했다.

10월 20일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된 조사들을 취합하여 조사기관 경향성을 보정한 지지율을 추정해 보았다. 우선 이재명 윤석열 홍준표 후보 지지율이 29.8%, 27.8%, 18.3% 정도로 각각 나타나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초접전 양상이었다. 안철수 후보 등 제3지대 후보들의 대선 출마로 지지율 조사 결과가 표심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선거 상황으로 보인다.

조사기관별 경향성의 가장 큰 특징은 윤 후보 지지율에서 조사기관 간 편차가 엄청나게 컸다는 점이다. 한국리서치(―9%), NBS(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 공동조사: ―7.9%), 넥스트인터랙티브리서치(―6.8%), 케이스탯리서치(―6.5%), 한국갤럽(―5.3%) 등이 대표적으로 윤 후보 지지율을 다른 기관들보다 낮게 추정한 업체들이었다. 반면 피플네트웍스(+5.5%)는 윤 후보 지지율을 상당히 높게 추정했다. 기관 간 차이가 최대 14.5%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반면 이 후보와 홍 후보의 경우 조사기관별 편차가 비교적 작았다. 한국갤럽(―4.1%), NBS(―2.2%), 조원씨앤아이(―2.1%) 등이 상대적으로 다른 업체들보다 이 후보 지지율을 약간 낮게, 한국리서치(+3.1%), 입소스(+2.4%) 등은 약간 높게 추정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홍 후보의 경우 한국리서치(―4.6%), 소셜데이타리서치(―3.9%), 리서치앤리서치(―3.8%), 한국갤럽(―3.6%), 케이스탯리서치(―3.5%) 등이 비교적 지지율을 낮게 추정했다.

모든 후보 지지율을 높거나 낮게 추정한 업체는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적거나 많이 포함된 경우로, 한 후보의 지지율만 높거나 낮게 추정한 업체는 해당 진영의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또는 적게 포함된 경우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지지율은 ‘참값’ 확인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본선에 나서는 후보들은 대선 결과가 나온 후 어느 기관의 예측이 맞고 틀렸는지 명백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대선을 앞두고 나오는 여론 지형에 대한 인식은 그 자체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큰 영향을 준다. 여론조사 기관들의 책임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여론조사에 대한 책임을 묻는 감시는 유권자의 몫이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여론조사#감시#유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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