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차이를 넘어 성공적 협상을 이끄는 법[Monday DBR/김의성]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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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에서 고맥락(High context) 문화와 저맥락(Low context) 문화는 사람들이 의사소통할 때 맥락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소통하는 메시지가 얼마나 명시적인지에 따라 구분된다. 고맥락 문화권에서는 간접적이고 비언어적인 의사소통을 중시하는 반면 저맥락 문화는 직접적이고 명시적인 언어 기술에 의존한다. 예컨대 고맥락 문화권의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거나 심지어 어깨를 으쓱하는 것과 같은 신체적 행동과 특징을 활용해 많은 정보를 전달한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 이런 문화적 특징은 언어 그룹, 국가, 지역 커뮤니티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고맥락과 저맥락의 문화적 차이는 협상 과정에서 의사소통의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런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오해가 비극으로 끝난 협상 사례가 있다. 1991년 1월 미 국무장관인 제임스 베이커는 이라크 외교장관인 타리크 아지즈와의 협상에서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방법을 논의했다. 베이커 국무장관은 평소처럼 차분하게 “이라크가 쿠웨이트에서 철군하지 않으면 미국은 공격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회의장에 있던 사담 후세인의 이복동생은 이를 듣고 회의가 끝나자 후세인에게 이렇게 보고했다. “미국은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약하고, 차분하고, 화나지 않았다. 미국은 말만 그렇게 한다.” 6일 후 그 유명한 미국의 ‘사막의 폭풍’ 작전이 시작됐고 이라크 시민 17만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저맥락 문화권인 미국과 달리 고맥락 문화권인 중동에서는 중요한 메시지를 단호하게 전달할 때 목소리의 크기와 톤, 얼굴의 표정, 책상을 내리치는 등의 제스처를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문화적인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의사소통의 오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협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문화적인 차이를 완전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문화적 차이는 언어나 국가의 차이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같은 미국이라도 다문화 도시인 뉴욕은 저맥락, 텍사스는 고맥락 사회로 분류되고, 같은 언어를 쓰는 사회에서도 과학기술 집단이 문화예술계보다 상대적으로 저맥락 문화에 속한다. 이처럼 맥락의 차이는 언어, 역사뿐 아니라 커뮤니티 구성원의 다양성과 업계의 특징 등의 차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협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더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협상의 구조를 머릿속에 그리고, 협상 기술을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방과의 대화에서 어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내가 주도권을 유지하며 협상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협상에 유용한 대화 기술로 크게 3가지를 조언한다.

첫째, 모두발언에서 협상의 분위기와 의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모두발언은 협상을 시작하면서 상대에게 건네는 첫 문장으로 향후 협상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때 협상에서 논의하고자 하는 의제와 나의 입장, 협상에서 얻고자 하는 결과물을 명확히 하면 협상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협상은 살아 있는 생물 같기 때문에 준비한 전략과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가 더 많은데 모두발언은 준비한 대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부분이므로 더욱 중요하다.

두 번째, 왜(Why), 어떻게(How), 무엇(What)으로 시작하는 열린 질문으로 상대방으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얻어야 한다. 열린 질문은 상대방의 관심사, 우선순위뿐 아니라 동기와 제약사항 같이 중요한 정보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 또 상대방으로 하여금 질문의 답을 생각하게 해서 협상이 진전되도록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상대방이 알아야 하는 나의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흔히 사람들은 내가 가진 정보, 특히 나에게 중요한 정보나 약점은 무조건 숨기려고 한다. 이는 잘못된 접근 방식이다. 상대방에게 내 정보를 제공하면 오히려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바대로 생각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예컨대 내가 상대방에게 잠재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언급하면 상대방이 나의 정보에 기반을 두고 이번 협상의 우선순위를 정하게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원고는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2021년 10월 15일자)에 실린 글 ‘문화의 차이 넘는 협상 노하우 3가지’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김의성 스캇워크 코리아 대표 info.kr@scotwork.com
#고맥락#저맥락#문화 차이#성공적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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