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형 기자의 일편車심]전기차 시대, 라디에이터 그릴이 진화한다

김도형 기자 입력 2021-10-08 03:00수정 2021-10-08 03:0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도형 기자
좌우 대칭으로 자리 잡은 라이트와 그 사이의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 자동차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디자인의 기본 틀이다. 내연기관차는 엔진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폭발시켜 동력을 얻는다. 뜨거워진 엔진을 식히느라 달궈진 냉각수는 다량의 공기를 빨아들여 온도를 떨어뜨려야 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이 공기 흡입 통로에 놓이는 부품이다.

자동차 산업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전기차는 이 그릴에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기차에서는 ‘냉각’보다는 ‘열 관리’라는 단어가 많이 쓰인다. 엔진의 과열을 막는 것이 아니라 배터리의 발열을 정밀하게 통제한다는 개념이다. 흡입해야 할 공기의 양은 내연기관차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다. 공기 통로를 만들 이유가 사라진다면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의 역할도 애매해진다.

최근 출시된 제네시스 G80 전기차는 기존의 방패 모양 크레스트 그릴을 그대로 활용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릴의 디자인은 남았으되 실제 역할이 사라졌다. G80 전기차의 그릴은 사실 막혀 있다. 주행 중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도 그릴을 막아 놓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반드시 뚫어 놔야만 했던 자리를 채워도 될 때 차 디자인은 새로운 자유를 얻는다. 전기차의 앞모습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는지는 지난달 열린 뮌헨 모터쇼(IAA 모빌리티 2021)에서도 다양하게 제시됐다. 기존 그릴 디자인에 램프와 범퍼 등이 결합된 새로운 그릴이 그 중심이다.

주요기사
대표적인 아이디어는 ‘라이팅 그릴’이다. 그릴보다는 패널에 가까운 부품에 램프를 결합한 형태다. 차량 전면 중앙에 추가적인 조명을 놓는다면 디자인은 물론이고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 어두운 곳에서는 추가 조명장치로 기능하면서 차가 보행자에게 신호를 발신하는 통로가 될 수도 있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콘셉트카 전면에 그릴 대신 배치한 검은색 패널도 눈에 띈다. 이 패널에서 파란색 점들을 점멸시키는 쇼는 차량 전면에 디스플레이 장치가 놓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막힌 그릴 뒤에 자율주행 기술에 필요한 센서와 카메라를 배치하는 아이디어도 있다. 세계적인 부품사인 마그나는 조명과 센서, 카메라를 통합한 ‘메조 패널’을 이미 공개했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사실 기능보다 디자인 측면에서 더 큰 역할을 해왔다. BMW의 키드니 그릴이나 제네시스의 크레스트 그릴은 어느 브랜드의 차인지 한눈에 보여준다. 이런 디자인 측면의 역할과 새로운 그릴이 상충되지는 않는다. 디자인 요소 위에 다른 기능들을 덧붙이면 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 내부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을 생산하던 기업들이 다양한 기능을 통합하는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상황. 그릴이 있던 자리에 ‘프런트 패널’이라고 부르는 부품이 놓이게 될 시점이 생각보다 멀지 않을 수 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기차#라디에이터 그릴#진화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