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중현]불 꺼진 세계의 공장

박중현 논설위원 입력 2021-09-30 03:00수정 2021-09-30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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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 ‘꼬북칩 초코츄러스 맛’을 중국 시장에 내놓고 초코파이의 뒤를 이을 히트상품으로 키우고 있는 오리온은 중국 국경절 연휴(10월 1∼7일)를 앞두고 복병을 만났다. 랴오닝성 선양에 있는 과자 공장이 현지 당국으로부터 ‘전기 사용 제한’ 통보를 받고 30일까지 생산이 중단된 것이다. 오리온 측은 베이징 등 다른 지역 공장의 생산을 늘려 대응할 계획이다.

▷중국 23개 성 중 10여 개 성의 전력공급 사태가 특히 심각하다. 포스코의 장쑤성 스테인리스공장 생산라인 일부가 17일부터 멈춰 서는 등 현지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장쑤성 정부는 철강, 시멘트 등 전력 사용량이 많은 기업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전력공급을 제한했는데 국경절 연휴가 끝날 때까지 제한조치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작년 10월 중국 정부가 내린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가 전력난의 직접적 원인이다. 호주가 3년 전 5세대 이동통신망 장비 입찰에서 화웨이 등 중국 업체 참여를 배제하며 시작된 양국 갈등이 작년 코로나19 발원지 국제조사의 필요성을 호주 정부가 주장하면서 격화됐고 호주산 석탄, 와인 등의 수입 금지로 이어졌다. 중국의 전력소비는 작년보다 15% 늘었는데 발전용 석탄의 60%를 의존하던 호주산 수입이 끊기자 석탄 값은 50% 폭등했다. 전력의 49%를 공급하는 중국의 화력발전소들은 비싼 석탄 값 때문에 전력생산 확대를 꺼리고 있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광둥·저장·장쑤성 등 남동부 산업벨트의 충격이 제일 크다. 장쑤성에 진출한 대만 반도체 공장 일부가 멈춰 서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더 줄고 세계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차질도 심해지게 됐다. 미국의 애플, 테슬라도 부품 공급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동북 3성에선 거리의 신호등이 꺼졌고 잦은 정전 때문에 양초 사재기에 나서는 주민들이 많아졌다. 전력난으로 중국의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됐던 8%대 초반에서 7%대 후반으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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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바람이 약해져 랴오닝성 풍력 발전기들이 제 역할을 못 하고, 남서지역의 가뭄으로 쓰촨성 수력발전소 전기생산량이 감소한 것도 전력난의 원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공표한 ‘206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 정부가 전력공급을 의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내년 2월 베이징 겨울올림픽 때 파란 하늘을 보여주기 위해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는 추측까지 나온다. 부메랑으로 돌아온 무역보복과 친환경정책의 조급한 추진으로 ‘세계의 공장’에서 생산시설들이 멈춰 서고 있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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