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재용 부회장 글로벌 경제전쟁에 공헌할 기회 줘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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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동아일보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동아일보 DB
법무부가 오늘 가석방 심사위원회를 열어 8·15 광복절 가석방 대상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심의한다. 이 부회장은 7월 말로 가석방 기본 요건인 형기의 60%를 채웠다.

세계 각국은 지금 반도체를 포함한 첨단산업의 글로벌 공급망을 새로 구축하는 데 국가의 명운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 가석방 여부는 단순히 한 개인의 신상 문제가 아니다. 세계 최고 반도체, 스마트폰 경쟁력을 보유한 삼성전자는 미중 신(新)냉전 시대를 헤쳐 나갈 한국경제의 가장 강력한 지렛대이자 구동엔진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5월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것처럼 미국이 한국을 중시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첨단산업이 든든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안보 분야에서 한국을 얕잡아보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한국을 무시하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 역시 삼성전자 등이 미국 진영으로 기울 때 발생할 자국 경제의 리스크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초격차 경쟁력’ 유지를 마냥 낙관만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핵심 전략물자가 된 반도체를 자국 내에서 생산하기 위해 미국기업 인텔을 지원하는 한편 삼성전자, 대만 TSMC에 미국 공장을 짓도록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선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TSMC보다 많이 처진 2등이다. 삼성은 19조 원을 들여 미국에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약속하고도 리더십 공백 때문에 어디에 지을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4세 경영에 대한 포기를 선언했고 독립적 준법감시위원회도 지속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강한 준법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이 부회장의 가석방에 찬성하는 응답이 훨씬 더 많았다. 여당의 반도체특별위원회 내부에서도 “전략적 의사결정은 총수의 결심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이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이 부회장의 경영현장 복귀가 더 이상 늦어져선 안 된다.
#이재용 부회장#가석방#글로벌 경제전쟁 공헌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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