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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광화문에서/한상준]4년 내내 ‘부실 검증’ 경고등 이번에도 외면한 채 넘어가나

입력 2021-06-30 03:00업데이트 2021-06-30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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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 정치부 차장
청와대의 인사(人事) 시스템은 노무현 정부를 기점으로 큰 변화가 있었다. 집권 직후 대통령인사보좌관을 신설했던 노 전 대통령은 첫해 아예 인사보좌관을 인사수석실로 개편했다. 인사수석실은 이명박 정부 때 잠시 사라졌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부활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유지되고 있다. 장관급 이상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것도 노무현 정부 때다.

인사수석실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인사 추천과 검증의 권한은 모두 민정수석실에 있었다. 그러나 인사수석실 출범으로 업무 혼선 우려가 나오자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정찬용 인사수석, 문재인 민정수석이 참여한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사수석실이 1심, 민정수석실이 2심, 대통령이 3심, 이렇게 합시다.”(박남춘 대표 집필, ‘대통령의 인사’ 중)

‘인사 3심제’ 도입으로 국정 운영의 핵심인 인사 업무와 관련해 추천과 검증 절차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문재인 정부 역시 2017년 집권 직후부터 이런 노무현 정부의 인사 시스템을 따랐다. 인사수석실이 3∼5배수로 1차 후보군을 추리면 민정수석실이 이들을 대상으로 검증을 진행하고, 인사추천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하는 방식이다.

관건은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의 사퇴를 계기로 여권 내에서조차 김외숙 인사수석의 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문제는 예전부터 불거졌다.

김기정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를 시작으로 집권 반년도 되지 않은 시점부터 부실 검증 논란이 불거졌다. 한 여당 의원은 “가장 최근인 4월 개각만 봐도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졌는지 의문을 갖는 의원들이 적지 않았다”며 “집권 4년 차가 됐는데도 검증 논란이 계속된다는 건 심각한 문제 아닌가”라고 했다.

4년 내내 “청와대 인사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인사·민정 라인을 경질하지 않았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김 수석의 전임자인 조현옥 전 인사수석은 별 탈 없이 주독일 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부실 검증의 책임을 물어 교체된 민정수석 역시 한 명도 없다. 인사 시스템에 대한 경고등이 숱하게 울렸지만 내내 외면한 결과가 바로 이번 ‘김기표 사태’다.

문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추천사를 쓴 책 ‘대통령의 인사’에서는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인사는 정치적 산물이 아니고 시스템이며, 정부의 올바른 인사 정책은 사회적 자산을 쌓는 것.”

과연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 1개월 동안 인사 분야에서 어떤 사회적 자산을 쌓았는지, 이제라도 냉정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다시는 요직에 중용되어서는 안 될 사람’을 골라낸 것이 전부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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