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특이한 ‘知의 巨人’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21-06-25 03:00수정 2021-06-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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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유형의 언론인이자 지식인이다. 한편으로는 ‘일본 공산당’ ‘종합상사’ ‘농업협동조합’ 등 문과적 주제로, 다른 한편으로는 ‘뇌사’ ‘원자력’ ‘우주’ 등 이과적 주제로 종횡무진 글을 썼다. 문과적 주제는 장기적 관점이 필요해 신문 기자가 파고들기에는 부담스럽고, 이과적 주제는 한참 발전하고 있어 대학교수가 다루기에 조심스러운 주제다. 그는 신문 저널리즘과 대학 아카데미즘 사이에 놓인 방대한 틈을 파고들어 특이한 지(知)의 거인(巨人)으로 인정받았다. 도쿄대 교양학부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다치바나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다치바나는 1964년 도쿄대 불문학과 졸업 후 잡지사 문예춘추에 입사해 주간춘추에 배치됐으나 관심이 전무했던 프로야구 취재를 맡게 되면서 2년여 만에 퇴사하고 말았다. 다만 이때 한 선배의 영향으로 논픽션 작품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그는 1967년 다시 도쿄대 철학과에 입학했다. 이듬해 대학이 전공투 사태로 휴교에 들어가자 잡지 ‘제군(諸君)’에 ‘생물학혁명’ ‘석유’ 등의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잡지 저널리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다나카 가쿠에이, 그 금맥(金脈)과 인맥(人脈)’이란 글은 1974년 월간 문예춘추에 실은 글이다. 이 글은 일본 국민들 사이에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켜 돈으로 정계를 주물러온 다나카 총리 퇴진의 계기가 됐다. 검찰은 다나카가 퇴진하자 총리 재임 시 미국 항공기 제작사 록히드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자민당 내 다나카파는 반발해 다른 파벌까지 규합해 검찰 수사를 막지 않는 후임 미키 다케오 총리를 해임하기로 합의까지 했다. 하지만 나중에 검찰총장이 된 요시나가 유스케를 주임검사로 한 도쿄지검 특수부는 다나카를 전격 체포하고 결국 기소하기에 이른다. 일본 현대정치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사건이다.

▷다치바나가 올 4월 8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나 뒤늦게 사망 사실이 알려졌다. 그는 한 주제에 대한 글을 쓰기 전에 수십 권의 책을 읽고 취재에 나섰다고 한다. 생전에 읽은 수많은 책을 도쿄에 있는 지상 3층, 지하 2층짜리 빌딩에 보관했다. 그는 국내에도 번역된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재’란 책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대학은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는 곳이 아니다. 대학은 스스로 배우는 곳이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바보 같은 대학생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자신이 알고 싶은 모든 주제에 관해 스스로 배워 글을 쓴 사람의 말이니 귀 기울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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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다치바나 다카시#언론인#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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