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중현]‘인기 작가’ 국세청

박중현 논설위원 입력 2021-03-26 03:00수정 2021-03-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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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교보문고 3월 2주 차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2위, 종합순위 10위에 오른 책은 ‘주택과 세금’이었다. 초판 1만 부가 매진돼 2만5000부를 더 찍었고 이마저 부족해 1만5000부를 더 찍고 있다. 작가는 다름 아닌 국세청. 정부가 부동산 세제를 너무 자주, 많이 뜯어고치는 바람에 국세청의 세금 해설서가 일반인이 줄 쳐 가며 읽는 필독서가 됐다.

▷책의 최대 고객은 한국세무사회다. ‘양포세(양도소득세 상담을 포기한 세무사)’가 늘어나자 1만 권을 구입해 회원들에게 배포하기로 했다. 현행 양도세는 집 채수, 공시가격, 주택 소재지의 규제 지역 여부, 취득 시점, 보유 기간, 실제 거주 기간에 따라 수많은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하나라도 실수해 틀린 세액을 고객에게 알려줬다간 항의를 받는 건 물론이고 신고불성실 가산세 등 피해까지 물어줘야 해 세무사들이 양도세 상담을 꺼릴 수밖에 없다.

▷“집을 팔려고 하는데 양도세 계산법이 어려워 결론을 내지 못했다. 국세청에 서면질의와 인터넷 상담을 하고 세무서 2곳을 직접 방문해 물어보고, 126 국세상담센터와 개인 세무사 대면 상담도 해봤지만 모두 다른 해석을 한다. 도대체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런 글이 오를 정도로 양도세는 난해한 세금이 됐다. 주택 수와 소재지, 보유 기간 등에 따라 세율이 바뀌는 종합부동산세도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이 16일 시작된 이후 국세청 종합부동산세 계산 사이트는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경쟁력 있는 조세’의 조건으로 공평성, 탈세 방지, 예측 가능성, 경제적인 납세협력비용 및 행정비용을 제시하고 있다. 수시로 바뀌어 납세자가 세금 부담을 예상하기 어렵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한국의 부동산 세제는 ‘예측 가능성’이 하락하고 있다. 세금 내는 데 드는 납세자의 시간과 노력, 비용을 뜻하는 납세협력비용도 증가하고 있다. 연말정산 때를 빼면 세금 문제로 머리 쓸 일이 별로 없던 월급쟁이들까지 집 문제로 세제를 들여다보는 바람에 국세청이 ‘인기 작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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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세제가 ‘난수표’가 된 주된 원인 중 하나는 현 정부가 세금을 부동산대책의 수단으로 남용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덧댄 데를 또 덧대는 식으로 고치다 보니 세제가 복잡해졌다. 영국의 19세기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는 “사랑을 하면서 현명해질 수 없는 것처럼 세금을 거두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내는 것 자체가 결코 즐겁지 않은 세금을 국민들이 ‘열공’하게 만드는 제도는 정상이라고 하기 어렵다.

박중현 논설위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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