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서울 땅 절반을 집 짓는 데 활용할 수 있다는 변창흠의 몽상

동아일보 입력 2021-02-19 00:00수정 2021-02-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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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민주주의4.0연구원’ 세미나에서 2·4공급대책을 설명하며 “서울에서 활용 가능한 땅이 9000만 평(297km²)”이라고 말했다. 이 땅을 잘 활용하면 다양한 고밀 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변창흠표 부동산정책’을 반드시 성공시키라고 주문한 바로 다음 날, 서울 전체 면적(605km²)의 절반을 활용하면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변 장관은 취임 이전부터 서울에 집 지을 공간이 충분하다고 말해왔다. 이번 발언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가 지목한 서울의 역세권, 저층주거지, 유휴부지를 합치면 300km²가 넘는다. 하지만 대부분은 도로와 하천 등 주택을 지을 수 없거나, 이미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땅이다. 실제 개발할 수 있는 땅은 10%에도 못 미친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평가다.

변 장관이 9000만 평 전부를 택지로 쓸 수 있다고 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개발 가능성을 열어놓자는 취지일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까지 현 정부 부동산정책을 ‘변창흠표’로 지목한 상황에서 당사자인 장관이 이처럼 허황하게 들릴 수 있는 주장을 하면 정책당국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공공 주도가 핵심인 ‘2·4공급대책’ 발표 이후 시장은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가고 인기 지역에서는 아파트 신고가 경신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가 개발 용지로 예상한 재개발·재건축 단지들은 공공개발에 적극 참여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택지로 지목한 땅의 주인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는 현상으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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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 쇼크라던 2·4대책 발표 이후에도 정부는 계속 집값 안정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은 부처의 명운을 걸라고 했고, 홍남기 부총리는 비상한 각오로 특단의 공급대책을 반드시 달성할 것이라고 했고, 변 장관은 서울 9000만 평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들은 이런 말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원한다. 계획의 일부라도 실행하고, 거래 절벽과 전세난 등 부작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게 1년 남짓 남은 정부의 책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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