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내가 만난 名문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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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주 팝페라테너·로마시립예술대 석좌교수
임형주 팝페라테너·로마시립예술대 석좌교수
“타인을 돌보는 마음, 그 사랑이 있기에 사람은 오늘도 살아있다.”―레프 톨스토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중

누군가가 내게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며 그나마 가장 큰 낙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단연 넷플릭스를 통해 각국의 완성도 높은 영화들을 감상하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울림 있는 영화 한 편을 감상하고 난 후 깊은 감동의 여운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꽤나 중독적이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유년 시절에는 책장에 빼곡하게 꽂혀 있던 세계고전문학전집이 곧 넷플릭스였다. 책장 표지를 넘기는 순간이 마치 요즘 새로 나온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영화사 로고와 시그널 음악이 나오기 시작하는 때와 같다. 그 순간에는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이다. 일주일에 한 권씩 읽었던 그 찬란한 고전문학 작품들이 전해준 진한 감동은 삼십대 중반이 된 현재까지도 생생하다.

최근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가 떠올랐다. 이 작품은 해가 갈수록, 나이가 들수록 더더욱 묵직한 감동을 선사해준다. 살아가며 이따금 이 책의 명문장이 불쑥불쑥 머릿속에 튀어나와 경종을 울린다. 매번 다시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가르침을 일깨워주고 상기시켜 주는 책이다.

최근 입양아 정인이 사망사건이 온 국민의 공분을 샀다. 말 한마디 못 하는 고작 16개월밖에 되지 않은 정인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미안함이 대한민국 전역을 뒤덮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그동안 아동학대 범죄에 얼마나 관대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부끄러운 일인지 아마 모든 이들이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나 역시 진심으로 반성하고 또 반성했다.

오늘 따라 톨스토이 작품 속 “타인을 돌보는 마음, 그 사랑이 있기에 사람은 오늘도 살아있다”라는 명문장이 묵직한 메아리가 되어 폐부를 날카롭고 깊숙하게 찌르는 것만 같다.

임형주 팝페라테너·로마시립예술대 석좌교수



#사람#타인#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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