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실검 폐지[횡설수설/이진영]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1-02-06 03:00수정 2021-02-06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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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용진레전드로가겠습니다.’ 외계어 같은 이 문장이 지난해 2월 뜬금없이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 1위에 올랐다. 알고 보니 당시 구독자가 140만 명이던 유튜버 진용진 씨가 “몇 명이 검색해야 1위를 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다”며 “지금 당장 띄어쓰기 없이 ‘진용진…’을 검색해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현상이었다. 실검 순위가 소수의 동원력에 따라 좌우됨을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네이버가 16년간 운영해온 실검 서비스를 25일 폐지하기로 했다. “실검이 대중의 관심사를 대변한다고 보기 어려워졌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여론 조작 논란이 끊이지 않자 지난해 4·15총선을 앞두고 중단한 적이 있는데 4월 7일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아예 없애기로 한 것이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다음은 지난해 총선 무렵 실검 서비스를 먼저 접었다. “실검이 사회 현상의 반영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이 돼버렸다”는 반성과 함께였다.

▷포털 뉴스 이용자 10명 중 7명은 실검 순위를 확인한 후 뉴스를 본다. 그만큼 실검이 영향력을 발휘하자 순위에 오르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다. 먼저 아이돌 팬들이 ‘오후 3시 ○○그룹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리며 지정된 시간에 지정된 키워드로 ‘실검 총공’에 나서면서 세를 과시했다. 정치 팬덤도 뒤따랐다. ‘조국구속’이 1위에 오르면 ‘조국수호’가 치고 올라오고, ‘문재인탄핵’이 1위를 하면 ‘문재인지지’가 역전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기업들도 할인 이벤트를 미끼로 상품명을 실검에 띄우는 경쟁에 뛰어들었다. 1000만 원을 내면 실검 순위에 한 시간 떠 있게 해주는 업체가 있다는 뒷말도 있다. 2018년엔 네이버 실검 순위를 조작하다 포털 업무방해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람도 나왔다. 기업은 실검 조작으로 홍보 효과를 보고, 네이버는 검색어를 클릭하면 뜨는 검색 광고 수수료로 떼돈을 버는 사이 소비자들만 왜곡된 정보로 피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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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실검이 순수한 여론의 반영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포털 이용자 76%가 실검 조작을 의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특히 네이버가 지난해 10월 검색 알고리즘 조작으로 자사 쇼핑 상품이나 동영상을 경쟁사보다 우선 노출해 과징금 267억 원을 부과받으면서 실검에 대한 불신도 깊어졌다. ‘실검 민주주의’라는 말이 있다. 이용자 개개인의 관심사가 모여 의제를 설정한다는, 실검의 순기능을 기대한 표현이다. 하지만 현실은 소수의 ‘실검 사유화’로 인한 여론 왜곡이다. 연 매출 6조 원인 인터넷 기업이 실검 장사로 배를 불리며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서비스를 너무 오랫동안 방치했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네이버#실시간 검색어#폐지#실검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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