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균 칼럼]평화롭고 행복한 문재인 나라

박제균 논설주간 입력 2020-12-14 03:00수정 2020-12-14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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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임기 중 전직 두 명 감옥 있어도 퇴임 후 안전 걱정할 필요 없게 돼
친문 공수처, 권력 비호의 창과 방패… 그들에게만 안전하고 따스한 나라
실상은 神聖귀족·운동권독재 나라, 전체주의·北굴종·언어파괴의 나라
박제균 논설주간
참 안전한 나라다. 이 나라 현직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안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됐다. 그의 임기 중에 한 명의 전임 대통령이 감옥에 있었고, 한 명의 전전임 대통령은 감옥에 갔어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철갑을 두르게 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겨눌 수 있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사건의 수사는 법치(法治) 파괴와 무도한 정치가 낳은 괴물 공수처가 완전히 고사(枯死)시킬 것이다. 문 대통령 가족과 관련된 구설 등 주변 문제 또한 그의 임기 이후에도 건재할 친문좌파 공수처가 막아줄 것이다. 문 대통령이 7일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역사적 시간”이라며 입법 폭주의 스위치를 누르고, 공수처법이 통과되자마자 “새해벽두 출범”을 외친 게 충분히 이해는 된다. 이보다 안전할 순 없다.

문 대통령뿐인가. 입법 폭주를 자행하며 대통령을 향해 충성경쟁을 벌인 집권당 국회의원, 진보좌파 대법원장 대법관과 헌법재판소장 헌재재판관, 현 청와대 관계자, 친문·친(親)추미애 검사, 문 정권의 행동대장을 자임한 고위 경찰도 도리어 공수처의 비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검찰을 비롯한 다른 수사기관은 이들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한 경우 반드시 공수처에 통보해야 하며, 공수처는 다른 수사기관에서 이런 사건들을 빼내와 수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무소불위 공수처는 정권 옹위를 위한 방패로뿐 아니라 ‘감히 살아 있는 권력을 건드리려는 자’들에게 휘두르는 창으로도 쓰일 것이다. 사법 기능을 가진 판검사와 경찰에게 이만한 겁박이 없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정권을 총동원한 찍어내기에 맞서고 있지만 모두가 윤석열은 될 수 없다. 그것도 모자라 윤석열의 대선 출마를 막거나 조기 퇴진을 강요하는 법안까지 발의한 짓은 비열해도 너무 비열하다. 윤석열이 그렇게 두려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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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참 행복한 나라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은 무수한 입시 부정 의혹에도 의사 가운을 입게 될 것 같다. 위안부 시민운동에 오물을 튀긴 윤미향 의원은 아직도 금배지를 단 채 소나기를 피했다고 안도했는지 와인파티까지 벌였다.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의 검찰장악을 위해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린 추미애 법무장관의 아들 문제도 잠잠해졌다. 이제는 ‘1가구 1주택’이라는 유치한 입각 기준마저 팽개치고 정권의 필요에 따라 아무나 장차관으로 데려다 쓴다. 이보다 행복하고 따스할 순 없다.

누가 이런 내로남불을 비판이라도 할라치면 친일·수구로 낙인을 찍으면 된다. 이러니 일제강점기에는 태어나지도 않았고, 일본 여행도 제대로 다녀보지 못한 사람들이 갑자기 ‘친일파’나 ‘토착왜구’로 둔갑한다. 그래도 미진하면 박근혜 보수 정권의 약점인 세월호를 들이댄다. 이번에는 세월호 특검이다. 2014년 이후 9번째 조사다. 세월호의 아픔이야 공감하지만 해도 너무 한다.

그럼에도 참 평화로운 나라다. 5·18역사왜곡처벌법으로 역사 해석을 정부가 독점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의견은 입도 뻥긋 못 하게 하니 얼마나 조용하고 편안한가. 대북전단발송금지법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강행처리했지만, 북한 2인자 김여정의 심기를 거스를 순 없다. 이 땅에서 전쟁을 막으려면 김정은 남매에게 굴종한다는 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평화롭지 아니한가.

문재인 대통령과 그 추종세력이 꿈꾸는 나라는 이런 모습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게만 안전하고 행복하며 평화로운 나라의 실상은 죄지어도 벌 받지 않는 신성(神聖)귀족의 나라, 민주화 30여 년 만에 민주주의 시계를 그 이전으로 되돌린 운동권 독재의 나라, 정권과 다른 의견이라면 입을 닫으라는 전체주의의 나라, 주적(主敵)인 북한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야 하는 굴종의 나라, 양심 상식 공정 정의 법치 같은 낱말의 원뜻이 파괴된 혼돈의 나라다.

취임 3년 반 남짓 만에 나라를 이렇게 만든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새 장을 연’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닫아버린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다. 왠지 북한 전역에 걸려 있다는 구호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우리는 행복해요”.

박제균 논설주간 phark@donga.com



#안전한 나라#문재인 나라#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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