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이성이 사라진 북한의 코로나 대책[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 사이]

주성하 기자 입력 2020-12-10 03:00수정 2020-12-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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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북한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며 코로나19 방역 모범사례를 자주 소개하고 있다. 사진은 7일 평양의 만수대창작사 종합미술관에서 직원들이 계단과 난간을 소독하고 있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주성하 기자
북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대책이 갈수록 이상해지고 있다. 겨울철을 맞아 방역 단계가 초특급으로 격상된 뒤 각종 비상식적인 조치들이 남발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면서도 학교와 상점, 음식점 등 대중 집합시설의 영업을 중단시켰고, 건물 구석구석을 매일 수차례 소독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가정보원이 밝힌 것처럼 초특급 단계 이전에도 바닷물로 전염된다며 어로와 소금 생산을 막고, 중국이 지원한 식량도 받아오지 않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조치들을 남발했다. 승인 없이 이동했다고 사람들을 마구 처형하면서 한편으론 수십만 명이 운집한 열병식과 대회는 강행하고 있다.

이런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인 대응의 근본 원인은 김정은이라고 할 수 있다. 방역 책임을 물어 숱한 간부들을 함부로 죽이니, 공포에 질린 간부들이 말도 되지 않는 짓거리를 대책이라 내놓고, 그걸 또 김정은이 승인하고 있다.

가뜩이나 외화와 식량, 연료 부족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당혹스러운 지시가 계속 하달된다. “세관과 모든 무역항에 방역시설을 새롭게 건설하라”는 지시가 대표적이다. 방역시설 구축이야 당연한 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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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소식통은 새 지시에 따라 두 가지 방역시설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하나는 자외선 소독장이고, 다른 하나는 섭씨 80도 이상을 유지하는 보온창고다. 자외선 소독은 코로나 방역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돈도 전기도 없는 상황에서 자외선 소독 램프를 사서 설치해야 하고, 발전기도 따로 구입해서 돌려야 한다.

더 큰 문제는 80도 유지 보온창고이다. 지침에 따르면 모든 수입 물자는 자외선 소독을 마친 뒤 보온창고에서 최소 40시간을 보관해야 한다. 이후 출하창고로 옮겨 14일 동안 방역 결과를 지켜보고 아무 이상이 없다는 확신이 든 다음에야 반입이 가능하다. 일일이 자외선 소독을 하고 80도 온도를 보장하는 창고에 넣었다 뺐다 하기엔 세관이나 항구로 들어오는 물자가 너무 많다. 수천 t만 돼도 초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물동량을 많이 다루는 곳에선 거대한 보온창고를 지어야 하는데, 온도 유지가 제일 어렵다. 목욕탕도 아니고 대형 창고의 온도를 80도로 유지하려면 막대한 양의 석탄도 필요하다.

과일이나 식료품 등도 예외 없이 40시간 동안 80도 창고에 넣었다가 다시 14일 동안 격리 창고에 넣어야 한다. 이렇게 보름가량을 보내면 수입 물품의 상당량이 부패될 가능성이 크다. 애써 들여온 물자를 돈을 들여 썩혀 버리는 셈이다. 천, 비닐 제품 등은 80도에 보관하면 변형이 생긴다. 북한은 겨울에 온실용 비닐 퉁구리를 대거 수입한다. 수천 m나 되는 퉁구리를 모두 풀어서 말끔히 소독하는 데에는 엄청나게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

아래에선 이해할 수 없는 지시라고 아우성인데, 위에선 이런 자외선 소독 장치와 보온창고를 짓지 못하면 수입 물자를 다룰 수 없다고 못을 박는다. 또 다른 북한 소식통은 북한 최대 항구인 남포항의 경우 보온창고를 짓는 데 300만 달러가 들고, 작은 항구나 세관에는 100만 달러 정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건설비용만 이 정도이고, 운영 및 유지 비용은 견적조차 내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현장 간부들은 “특정 항구와 세관을 수입 전용으로 지정해 그곳에만 이런 시설을 지으면 안 되냐”며 불만을 감추지 않지만, 이런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 고위 간부들 중에 김정은에게 목을 내걸고 말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당의 지시를 무조건 관철하지 않고 자꾸 조건 타발(불평스럽게 투덜거림)로 토를 단다”고 화를 내는 순간 끌려 나가 처형될 수 있다. 자기만 죽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가족까지 다 농촌으로 추방을 보내니, 융통성이 없다고 욕을 먹는 게 낫다는 것이 고위 간부들의 생각이다.

간부들은 오히려 한술 더 떠서 충성 과시에 목적을 둔 지시들을 남발하고, 독하게 통제하는 데에만 골몰한다. 죽지 않기 위해서다. 포악한 독재자 밑에선 누구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현재 북한을 보면 통치 시스템이 굴러가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어쩌면 간부들이 목숨을 저당 잡히고 사는 이상한 시스템을 정상인의 눈으로 해석하려는 것이 어리석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북한의 코로나 대책#코로나19#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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