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에게 친구가 없었다면[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입력 2020-11-20 03:00수정 2020-11-2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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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마스크를 쓰고 일반물리학 중간고사를 치렀다. 이날 강의실에서 1학년 학생들을 입학 후 처음으로 만났다. 한 달 후에는 한 학년을 마무리해야 한다. 학교가 문을 닫은 채로 벌써 1년이 지나간 것이다.

한 남학생이 시험을 본 후 면담을 신청했다. “혼자서 공부하니 몰입할 수가 없고 제가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이 학생은 친구도 없는 듯했다. 이 친구에게 어떻게든지 친구들을 사귀면서 함께 공부를 해보라고 말해주었다.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는 먼저 다가가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리고 해보고 싶은 일을 해보라고 했다. 지금이 더 기회일 수 있다. 그것이 취미일 수 있고 딴짓일 수도 있지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때다.

물리학은 고독한 학문이지만 그렇다고 혼자서만 할 수는 없는 학문이다. 수많은 참고 문헌을 통해 길을 찾고 다른 사람의 연구를 통해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을 일반화하는 학문이면서도, 대화를 통해 완성해 나가는 학문이기도 하다. 동료들과 토론을 하고 세미나에 참가하는 것은 다른 학자들을 통해 자극을 받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외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통해 보이지 않던 새로운 길을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아인슈타인은 1896년 대학에 입학해 한두 명의 친구와 더불어 자신이 사로잡힌 문제에 대해 열정적으로 공부하고 나누기를 좋아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이 방랑자이고 외톨이라고 생각했지만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찾아다니고 자유분방한 친구 및 동료들과 함께 음악 콘서트를 즐겼다. 학창 시절 친구 마르셀 그로스만을 만난 것은 그에게 큰 행운이었다. 그로스만은 강의를 자주 빼먹었던 아인슈타인에게 자신의 노트를 보여주기도 했다.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아인슈타인에게 그 노트는 구세주와 같았다. 그로스만은 아인슈타인이 특허사무소에 취직하는 데 힘을 보탰고, 특수상대성 이론을 일반상대성 이론으로 발전시키는 데 꼭 필요했던 중요한 수학적 계산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런 친구가 있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축복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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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의 바이올린 연주는 취미 이상이었다. 그는 모차르트와 바흐를 좋아했다. 그에게 음악은 현실 탈출보다는 우주에 숨겨져 있는 조화, 위대한 작곡가의 창조적 천재성, 언어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의 발견을 의미했다. 그는 음악과 물리학 모두에서 조화의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그가 얼마나 음악에 열정적이었는가 하면, 어느 날 하숙집 옆집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자 아인슈타인은 바이올린을 들고 옆집으로 달려가 모차르트의 소나타를 함께 연주할 정도였다. 그 후에도 음악은 그와 물리학과 함께한 영원한 친구이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꼴찌에 가까운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이 사실은 흥미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멋지면서도 우리에게 뭔가 모를 위안을 주기도 한다. ‘면담을 신청한 친구가 대학에서 성적을 떠나 멋진 친구를 사귀고 평생 자신의 삶을 빛내줄 수 있는 취미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아인슈타인#친구#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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