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신 소각’ 말 뒤집기… 책임은 못 따지고 北 주장 맞춰가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6일 00시 00분


코멘트
서욱 국방부 장관이 23일 북한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 씨 시신을 소각했다는 군의 최초 발표에 대해 “추정된 사실을 너무 단언적으로 표현해 국민적 심려를 끼쳤다”고 했다. 불빛 관측 영상으로 시신 훼손을 추정한 것 아니냐는 여당 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에서다.

군은 지난달 24일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북한이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브리핑했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돼 ‘정밀 분석 결과’가 ‘말실수’로 둔갑한 것이다.

북한의 시신 훼손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 그런데 군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북한이 통지문을 통해 시신이 아닌 부유물을 소각한 것이라 주장하면서 정부와 군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사흘 뒤 “북한 최고 지도자가 직접 사과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고, 군은 발표 내용과 북한 통지문이 차이 나는 이유를 원점에서 따져보겠다고 했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이번 사건이 국제인권문제로 부각되는 것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북한 주장에 맞춰 사망 과정을 재구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시신 소각 판단이 정말 착오였다면 이런 중차대한 일을 허술하게 다룬 경위를 밝히고 관련자들은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 그리고 당초의 정밀 분석 내용과 그 후 ‘추정’으로 바뀐 근거를 국민과 유가족에게 낱낱이 밝혀야 한다.


#북한#시신 소각#책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