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단 한 잔이라도 음주운전은 안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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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경찰청장
김창룡 경찰청장
유대인의 탈무드에는 ‘술은 악마가 인간에게 준 선물’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초의 인간이 포도나무를 심을 때 악마가 양, 사자, 원숭이, 돼지 등을 죽여 포도나무 밭에 뿌렸다. 이 때문에 포도나무 열매로 만든 술인 포도주에는 거름이 된 동물들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한다.

처음 술을 마실 때는 양처럼 온순하지만 조금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나워지며, 여기에 몇 잔이 더해지면 원숭이처럼 춤추고 노래를 부르게 된다. 그러나 도를 넘으면 구토를 하고 바닥을 뒹굴며 돼지처럼 추해진다고 탈무드는 경고한다.

술이 가진 여러 긍정적 효과를 무시할 수 없지만, 음주운전만 놓고 보면 술은 ‘악마의 선물’임에 틀림없다. 혈중알코올농도 0.03%만으로도 주의력이 흐려지고 0.05%를 넘으면 음주 전에 비해 교통사고의 위험이 2배 높아지며, 0.1%일 땐 무려 6배 증가한다. 사고 발생 시 사망률도 일반 교통사고에 비해 음주 교통사고가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통계가 고스란히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사람은 여전히 줄지 않고 있다. 특히 한 번 음주운전을 한 사람은 그 유혹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지난해 기준 음주운전 적발 인원의 44.5%는 재범이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음주운전의 원인은 습관에 기인하며, 취하면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못 하고 반복적으로 운전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음주 사고는 오히려 늘었다. 비대면 음주 측정 등 단속 방식이 일부 바뀌면서 ‘경찰이 음주 단속을 하지 않는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올해 1∼8월 음주운전 사고 건수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5.6%가 증가했다. 음주운전의 결과는 참혹했다. 인천에선 음주운전 차량에 치인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으며, 서울에선 6세 남자아이가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음주운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9월 18일부터 2개월간 특별단속에 나섰다. 전국 경찰서에서 매주 2회 이상 심야 등 취약 시간대에 일제 및 상시 단속을 하고 있다. 음주운전을 권유하거나 독려한 동승자는 음주운전 방조 등 공범 혐의를 적용해 처벌할 예정이다. 상습 음주운전자에 대해선 차량 압수까지 할 계획이다. 사망 사고를 내거나 사고 뒤 도주한 운전자는 구속을 적극 검토할 방침이다.

하지만 단속이나 처벌 등 강제적인 방법만으로는 음주운전 예방에 한계가 있다. 운전자 스스로 음주운전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피해는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

중국 춘추좌씨전에는 ‘서제막급(서臍莫及)’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향내 나는 자신의 배꼽 때문에 붙잡힌 사향노루가, 스스로 배꼽을 물어뜯으려 해도 입이 미치지 않는다는 데서 유래한 말이다. 이미 저지른 잘못에 대해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음주운전 사고로 입은 피해는 어떤 방법으로도 다시 돌이킬 수 없다. 한 번의 실수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음주운전은 절대 안 된다’는 원칙으로 운전자 스스로가 경각심을 갖는다면 교통 선진국도 먼 이야기가 아니다.

 
김창룡 경찰청장


#음주운전#음주운전 단속#코로나19#음주 사고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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