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 인구 6억인데도 우주 경쟁에 몰두하는 중국[광화문에서/김기용]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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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베이징특파원
김기용 베이징특파원
중국 정부의 올해 지상 과제 중 하나가 빈곤 퇴치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내년까지 절대빈곤 인구를 0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빈곤구제 업무 책임자인 국무원의 류융푸(劉永富) 주임은 올해 절대빈곤 기준이 연간 수입 최소 4000위안(약 69만 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월 333위안(약 5만6000원), 즉 하루에 11위안(약 1900원) 정도만 벌 수 있으면 절대빈곤에서 벗어났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2년 9899만 명이던 절대빈곤 인구는 2018년 1660만 명으로 줄었고 지난해 말에는 551만 명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 인구의 절반 정도가 절대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빈곤 퇴치가 국가의 주요 목표가 될 정도로 중국에서 빈곤은 상존하는 문제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5월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 연례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중국인 가운데 6억 명이 빈곤 상태”라며 “이들은 월수입 1000위안(약 17만 원)으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빈곤 퇴치를 위해 외국 기업들에도 대놓고 손을 벌린다. 중국에 있는 많은 외국 기업의 사회공헌활동(CSR)이 빈곤 퇴치와 연관된 이유다.

이런 나라가 우주 로켓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쏘아 올리고 있다. 미국과의 우주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서다. “우주에서 2등은 지구에서 1등이 될 수 없다”는 구호까지 나올 정도다. 미국도 이런 중국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짐 브라이든스타인 미 항공우주국(NASA) 국장은 23일(현지 시간) 의회에 출석해 “중국의 우주정거장 건설이 미국의 우주정책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예산 증액을 요구했다. 그는 “중국은 2022년까지 우주 저궤도에서 자체 우주정거장을 건설할 계획”이라며 “우주 저궤도 지역이 중국으로 넘어가면 또 하나의 비극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해 1월에는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로켓을 착륙시키기도 했다. 당시 언론은 “미국이 하지 못한 일을 중국이 해냈다”며 중국의 ‘우주 굴기’에 주목했다.

중국은 지난해 모두 27차례 로켓 발사에 성공해 총 66개의 비행체를 우주에 올렸다. 2년 연속 로켓 발사국 1위다. 중국 정부는 1월 “올해 신형 로켓을 포함해 40차례 이상 발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로켓 한 번 발사에 약 6000만 달러(약 700억 원)가 든다고 알려져 있다. 중국의 우주 예산은 연간 80억 달러(약 9조4000억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이 돈이면 빈곤을 다소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텐데도 로켓을 쏜다. ‘중국이 곧 우주에서도 1등을 할 것이다. 이런 중국이 빈곤 상황쯤 해결 못 하겠느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우주 성과가 체제 우월 광고판이자 공산당의 선전판인 셈이다.

하지만 달의 뒷면만 보려 하고 사회의 뒷면을 외면한 나라의 결과는 이미 나와 있다. 옛 소련이다. 과거 소련은 우주 강국이었지만 3억 명이 채 되지 않던 국민의 빈곤을 없애지는 못했다. 중국 정부가 6억 명의 주린 배를 달래기에 로켓은 한계가 있어 보인다.

김기용 베이징특파원 kky@donga.com
#빈곤 인구#우주 경쟁#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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