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선희]또 한 번의 영화 쿠폰 잔치… 축제가 끝나고 올 계산서

  • 동아일보

박선희 문화부 차장
박선희 문화부 차장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또 한 번 영화 쿠폰을 배포한다. 13일부터 추가경정예산 총 271억 원을 투입해 장당 6000원에 이르는 영화 할인권 450만 장을 선착순 지급한다. 이달에 225만 장을, 나머지 절반은 성수기인 7월에 추가 배포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위기에 처한 극장가를 살리기 위해 소규모 할인이나 간접 지원 방식의 정책이 꾸준히 있긴 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정부 차원의 영화 산업 활성화 정책으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며 떠들썩한 연례행사가 되는 분위기다.

비슷한 규모로 집행됐던 지난해에는 영화 쿠폰을 발급받으려는 이용자들이 영화관 사이트와 앱으로 몰려들면서 일시적으로 접속이 중지되기도 했다. 영화 티켓 가격이 1만4000∼1만5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반값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라 관심이 많이 쏠렸다. 단기적으로 관객 수와 매출이 증가하며 극장가가 반짝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과연 쿠폰 잔치가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영화관에 남았을까. 2025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극장 전체 매출액은 1조4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4%(1475억 원) 감소했다. 전체 관객 수도 1억609만 명으로 전년 대비 13.8%(1704만 명) 줄었다. 270억 원이 넘는 정부 예산을 쿠폰 지급으로 지출했음에도 영화산업의 하향 추세를 막지는 못했다. 쿠폰 풀기가 극장가에 단기 수혈 조치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영화산업 자체의 근본적 회복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팬데믹 이후 영화 산업의 위기는 단순히 가격 문제만이 아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 방식, 짧아진 콘텐츠 소비 시간, 한국 영화 부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쿠폰 배포 같은 단기 처방에만 급급할 경우 평시에 정가로 관람하는 데 대한 거부감만 오히려 높아질 위험도 있다. 관객들은 쿠폰 지급에 맞춰 예정됐던 관람을 앞당기거나 일회성으로 접할 뿐 전체 영화 소비를 늘리지는 않는다.

영화산업 침체가 세계적 현상인 만큼 많은 국가들이 다양한 지원 정책을 쓰고 있다. 하지만 한국처럼 대규모 쿠폰으로 극장 수요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경우는 드물다. 정부가 반복적으로 쿠폰 배포를 선택하는 이유는 단기 성과와 소비 진작 효과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단기간의 반짝효과 뒤 영화계의 고질적 문제는 계속 곪아 가고 있다.

영화산업을 살리는 해법은 ‘얼마나 싸게 보여 줄 것인가’가 아니라 ‘왜 굳이 극장에 가서 봐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만드는 데 있다. 쿠폰으로 객석을 일시적으로 채울 수는 있어도 관객의 습관과 시장 구조를 바꾸지는 못한다. 관객이 다시 극장을 찾게 만들기 위해서는 영화 자체의 경쟁력과 관람 문화를 회복시키는 게 먼저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 제작이나 창작자 육성 등에 예산이 집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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