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잡겠다며 또 올리는 종부세… “효과 없다” 반론 만만찮아[인사이드&인사이트]

세종=송충현 기자 , 구특교 기자 입력 2020-07-10 03:00수정 2020-07-10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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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인상하면 집값 안정될까
정부와 여당이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한 22번째 부동산 대책 발표를 앞두고 있다. 보유세 현실화 기조에 맞춰 2005년 처음 등장한 종부세가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주력 무기로 활용되고 있다. 뉴스1
노무현 정부 당시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한 ‘무기’였던 종합부동산세가 문재인 정부 들어 다시 전장의 선두에 섰다. 정부 여당은 집값 상승으로 성난 민심이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분노로 이어지자 종부세 인상안을 꺼내들고 다주택 수요 잡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해 12·16부동산대책에서 종부세 최고세율을 지금보다 최고 0.8%포인트 높이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통과가 안됐다. 여당은 들끓는 민심을 진정시키기 위해선 기존 안으로는 부족하다며 세율 인상에 나섰다. 하지만 종부세가 집값 안정엔 큰 도움을 주지 못한 채 부자를 타깃으로 한 ‘편 가르기식’ 징벌적 과세에 머물고 있어 찬찬히 제도를 되돌아볼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논란 속에 탄생한 ‘부유세’
종부세 도입이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시점은 참여정부 초기였던 2003년이다. 김대중 정부 당시 정보기술(IT) 거품이 붕괴되며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침체됐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저금리 기조가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을 끌어올리던 시점이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며 소유한 부동산에 종합적으로 세금을 물리고 일정 금액 이상 부동산을 가지면 중과세하는 종부세의 밑그림을 내놨다. 고가의 부동산을 가지고 있을 만큼 부자라면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을 더 내라는 단순한 취지였다. 현 정부에서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김수현 전 실장이 당시 재정경제부 차관이던 김석동 지평인문사회연구소 대표와 만든 세제다.


이후 2005년 8·31대책에서 종부세가 구체화됐다. 처음 공개될 당시에는 종부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 원 이상 주택이 많지 않았고 개인별 주택 합산을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기준으로 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급등세가 멈추지 않고, 집을 부부 공동명의로 바꿔 과세를 피하는 사례가 늘자 정부는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을 공시가격 9억 원에서 6억 원으로 낮추고 인별 합산 대신 가구별 합산 과세(부부 합산 과세)를 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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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졸지에 서울 강남 지역과 경기 성남 분당구 등 신도시의 30평대 아파트까지 모두 종부세 과세 대상에 포함돼 종부세에 대한 집주인들의 조세 저항이 거세졌다. 기존 대책으로는 부부가 각각 공시가격 6억 원 주택을 보유할 경우 세 부담이 없었지만 이젠 종부세를 내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미 지방세인 재산세가 보유세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종부세가 추가로 만들어지며 이중과세 논란도 일었다. 은퇴자가 종부세를 내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는 불만도 이어졌다. 당시 종부세 도입은 참여정부의 지지율을 떨어뜨린 요인으로도 꼽힐 만큼 논란이 일었다.

종부세에 대한 반발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17대 대선 때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종부세 대상을 줄이겠다는 공언을 내걸기도 했다. 이후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 전 대통령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전 장관과 종부세 폐지에 나섰고 2008년 11월 종부세 가구별 합산 등이 위헌 판결을 받기도 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며 종부세를 “기본적으로 잘못 만들어진 세금”이라고 비판했던 서승환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이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임명되는 등 종부세 논란은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 부동산정책 전면에 다시 등장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풀린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을 다시 달구며 집값이 폭등하기 시작하자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주택담보대출 규정을 강화하고 종부세 세율을 높이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9·13 대책을 발표했다. 같은 해 8월 30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주택 이상이거나 초고가주택은 종부세를 강화하도록 정부에서 강력히 검토해 달라”고 말한 직후였다.

종부세 최고세율은 노무현 정부보다 높은 3.2%로 정했고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한 보유세 인상 한도(세부담 상한선)도 1.5배에서 3배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과표 기준 3억∼6억 원인 주택의 종부세 부과 구간이 신설된 것도 이때였다. 고가 1주택자의 세 부담도 늘었다.

정부의 이 같은 대책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는 지난해 12월 0.5∼3.2%인 종부세율을 0.6∼4.0%로 올리는 대책을 내놨고 여당은 이를 또다시 인상해 법안을 통과시킬 방침이다.

정부는 종부세가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보유세를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각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수 비중을 보면 한국은 0.9% 수준으로 독일(0.4%) 스웨덴(0.7%)보다는 높지만 캐나다(3.1%) 일본(1.9%)보다는 낮다. 거래세는 GDP 대비 2%로 모든 나라 중 가장 높은 편이다.

○ “보유세는 높여야 하지만 집값 안정 역할에는 의문”
종부세가 정부의 도입 목적처럼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느냐는 점에서는 이견이 갈린다. 세제전문가 중에선 세금으로는 부동산 가격을 잡기 힘들뿐더러 충분한 시장 효과를 감안하지 않고, 설익은 대책이 나올 경우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만 잃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실제로 현 정부 출범 이후 공시가격 현실화, 종부세 강화 등으로 보유세 부담이 커졌지만 서울 집값은 오히려 급격하게 오르며 시세 차익이 세 부담을 뛰어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동아일보가 신한은행에 의뢰해 계산한 결과 2017년 6월 무주택자가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푸르지오 아파트(전용면적 84m²)를 샀다면 그해 보유세로 81만6240원을 냈지만 올해는 107만6150원을 내야 한다. 3년간 보유세가 25만9910원 오르는 동안 집값(KB부동산 시세)은 5억5000만 원에서 9억7000만 원으로 4억 원 이상 뛰었다.

보유세 강화의 주 타깃이었던 고가 아파트도 마찬가지다.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 84m²)의 보유세는 2017년 594만8640원에서 1326만3984원으로 731만5344원 올랐다. 그 사이 집값은 20억 원에서 31억 원으로 11억 원 올랐다. 1주택자 기준으로 계산한 만큼 다주택자의 경우 세금 부담이 훨씬 더 늘었지만 그만큼 아파트 값도 많이 올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들은 늘어난 세금 부담에도 불구하고 일단 집을 안 팔고 버티거나 가족에게 증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몇 년 새 양도소득세 부담이 커져 선뜻 팔기 어려워진 점도 있다”고 했다.

세제 강화를 주장해 온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8일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추진하는 징벌적 과세는 집값 안정화 효과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이 정부는 집을 가진 개인을 규제하거나 통제하거나 고통을 줘서 집값을 잡으려 하는데 집을 가진 개개인이 집값을 올리는 게 아니다”라며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정책연구원이 2018년 12월 발간한 ‘부동산 보유세의 세 부담 및 경제적 효과 분석’ 보고서도 보유세 강화가 주택가격 상승률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1995∼2016년 연간 보유세 실효세율을 종부세 변화와 이자율, 통화량, 경제성장률 등 다른 거시경제 변수들과 같이 분석했을 때 이자율만 주택가격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걸로 나타났다. 2001년 1월∼2009년 12월 종부세 도입 논의와 시행, 제도 강화와 완화가 나타났던 네 차례의 시기를 분석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규제 정책, 이자율, 집값 상승 기대심리 등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워낙 많아 세금 인상만으로 집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저자들은 “한국은 OECD의 다른 회원국에 비해 보유세 실효세율이 아주 낮아 보유세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보유세를 주택가격 상승을 막기 위한 정책으로만 볼 경우 조세부담 형평성이라는 본래 역할이 과소평가되고 반복적인 개편 요구로 경제,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종부세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전제 자체를 되돌아볼 때라고 조언한다. 종부세가 처음 도입될 땐 ‘부유세’ 성격을 가졌지만 최근 집값이 급격히 오르며 서울에 집을 가진 이들 상당수가 내는 보편적 세금으로 종부세의 성격이 바뀐 점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9억 원이 과세 기준이었는데 지금은 9억 원이 중저가 주택이 돼 버렸다”며 “고가 주택의 개념을 새로 정리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정리나 논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유세를 늘리면 단기적으로는 집값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론 영향이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를 늘리면 한 번 충격을 받아 집값이 떨어지지만 다시 수요 공급에 따라 시장은 움직인다”며 “공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양도세도 올리고 종부세도 모두 올리겠다는 건 정부와 부동산 시장이 감정싸움을 벌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꼬집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구특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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