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투명하고 선명한 세상으로[이기진 교수의 만만한 과학]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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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교수 그림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학생들이 없는 학교를 지키고 있다. 벚꽃이 홀로 지고 조용히 녹음의 계절이 다가온다. 나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와서 연구와 인터넷 강의를 한 후, 해 지기 전 자전거를 타고 퇴근을 한다. 연구실에서 혼자 마이크로 강의를 녹음한 후 사이버 캠퍼스에 올리고, 학생들의 질문을 컴퓨터상으로 해결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사이버 강의를 하다 보면 학생들 개개인의 움직임이 투명하게 보인다. 물론 인터넷상이다. 몇 시 몇 분에 강의를 들었고 누가 강의노트를 다운로드했는지, 학생별 강의 진도, 숙제 제출, 지각, 결석이 기록으로 남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질문을 하는 학생들 한 명 한 명과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진다. 교실에서 강의를 했다면 보이지 않았을 학생 개개인의 움직임을 또 다른 차원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분명 온라인 강의의 장점일 것이다.

하루하루 올라오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수와 감염자 동태를 확인하면서 세상의 투명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제는 2차원 평면이 아니라 개개인의 움직임까지 포함된 3차원 인터넷 공간에서 더 선명하게 세상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염병이라는 특성상 투명하고 선명하게 관리하려면 이 방법이 효과적일 것이다. 다른 것을 떠나 하루가 다르게 세상은 분명 더 투명하고 선명해지고 있다.

의학 도구의 발전은 이미지를 통해 발전해 왔다. 1895년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하면서 시작된 2차원 평면의 의료영상 기술은 1970년대 초 획기적인 컴퓨터 기술의 도움을 받아 3차원 인체 영상을 얻을 수 있는 컴퓨터단층촬영(CT·Computed Tomography)으로 발전했다. 지금은 자기공명영상(MRI·Magnetic Resonance Imaging) 촬영법이 개발되어 인체의 모든 부분을 단면 및 3차원 영상으로 촬영할 수 있고, 촬영 이미지를 통해 질병의 유무를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MRI는 강력한 자기장 속에서 인체가 고주파에 반응하는 ‘핵자기 공명 현상’을 이용한 장치로, 이 장치를 개발한 폴 라우터버와 피터 맨스필드 박사는 200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MRI 기술의 우수성은 가히 놀랄 만하다. 마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단순히 감상하는 수준이 아니라 콘서트홀에 앉아 오케스트라 음악을 감상하며 여러 악기가 제대로 연주되고 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다. 어느 악기가 틀린 음색을 내는지를 알아내듯 우리 몸속 기관의 확인되지 않는 질병까지 mm 이하의 분해 능력으로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

과학기술의 진보는 점점 더 빨라지고 더 체계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미세하게 틀린 음색을 낱낱이 분석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과학, 기술, 통신 및 의학은 발전하고 있다.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게 세상의 이치라고 본다면 아마도 코로나 이후의 세상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더 정교해지고 더 투명해지는 쪽으로.
 
이기진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
#코로나19#사이버 강의#mri#자기공명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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