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정상 향해 “자력갱생” 외친 김정은의 오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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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어제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자력갱생으로 맞서겠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날 노동당 회의에서 ‘자력갱생의 기치’를 내세우며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 세력들에 심각한 타격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평양 인근 미림비행장에서는 군용차량 200여 대가 집결하는 등 열병식 개최를 준비하는 징후가 미국 싱크탱크의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포착됐다.

김정은 발언을 비롯한 북한의 움직임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을 향해 던진 메시지지만 북한은 여전히 향후 대외전략에 대해선 모호한 태도를 나타냈다. 김정은은 핵·미사일 도발 카드는 일단 접어두면서도 장기전 태세로 제재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그 의지를 과시하기 위해 군대와 주민을 대거 동원한 열병식 같은 대미 시위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핵을 언급하지도, 미국을 직접 비난하지도 않았다. 결국 협상의 판을 깨지는 않으면서 미국의 태도 변화 여부, 즉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기다리겠다는 심산이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바람대로 미국이 호응해주지는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비핵화 전까지 제재 유지’ 원칙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다만 다소의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를 남기며 북한에 대화 복귀를 손짓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0일 제재와 관련해 “약간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다”며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에 따라 조건부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결국 공은 북한 쪽에 넘어가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북-미 간 신경전이 한창인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새벽 워싱턴에서 만나 북한의 협상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북한이 자세를 바꾸지 않는 한 미국도 더욱 강경해질 수밖에 없다. 아직은 자제하고 있지만 추가 제재를 통해 북한을 더욱 옥죌 수도 있다. 시간은 결코 북한 편이 아니다. 지금도 간신히 연명하는 북한 상황에서 버티면 버틸수록 정권과 주민의 고통은 더욱 커질 뿐이다.
#김정은#자력갱생#한미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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