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 기업들 ‘차이나 엑시트’… 中 구조전환 파고들 전략 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일 00시 00분


코멘트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속속 현지 사업을 철수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롯데마트를 중국 진출 11년 만에 매각한 데 이어 그제 톈진의 롯데백화점 문화센터점 영업을 종료해 현지 백화점 매장을 절반으로 줄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현대차의 베이징 1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고, 기아차 옌청 1공장의 중단도 검토하고 있다. 유통, 제조, 화장품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중국에서 발을 빼려는 한국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기업들은 200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앞다퉈 현지에 진출했고, 그 과실을 누려왔다. 하지만 2017년부터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으로 몸살을 앓은 데 이어 최근 중국의 경기 둔화가 가속화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은 작년 하반기부터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지표가 일제히 악화됐다.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6.6%로 28년 만에 최저로 떨어지는 등 중국 경제가 다운사이징하는 과정에서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중국 토종 업체들의 빠른 추격으로 국내 기업들은 현지 경쟁력에서도 밀리고 있다. 중국의 가파른 인건비 상승, 예측하기 힘든 당국의 규제 리스크도 우리 기업엔 장벽이 돼 ‘차이나 엑시트’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고전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중국의 성장구조 전환이 기회일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중국은 수출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 기반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성장구조를 바꿔가고 있다. 최근에도 내수시장을 키우기 위해 2조 위안(약 340조 원)의 감세, 2조6000억 위안의 인프라 공사 등이 포함된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이 같은 대대적인 내수 부양 과정에서 전개될 도시화, 시장·기업의 현대화 등은 한국 기업에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내수와 개방 확대에 눈 돌리는 중국을 활용할 전략이 필요하다.
#사드 보복#차이나 엑시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