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産災공화국’ 오명 탈피… 공기업화에만 의존 말고 근본 해법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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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여당이 그제 국회에서 ‘김용균법 후속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열고 발전소 하청 근로자의 정규직화 방안 등을 발표했다. 5개 발전사의 연료·환경 설비 운전 분야 업무를 통합한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들어 해당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266명의 하청 근로자가 공공부문으로 흡수되고 경상정비 분야 5300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 논의도 시작될 예정이다.

당정과 고(故) 김용균 씨 유족이 이렇게 합의함에 따라 두 달여 동안 미뤄졌던 김 씨의 장례식이 오늘부터 열리게 됐다. 김 씨는 지난해 12월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설비 점검 도중에 사고로 숨졌다. 입사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김 씨는 안전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더구나 ‘2인 1조 근무’라는 규정과 달리 홀로 위험한 작업장에 투입됐다 변을 당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지난 10년간 12명이 사망했는데 모두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한국은 산업재해 사망률이 근로자 10만 명당 10명꼴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의 평균 산재 사망률은 10만 명당 2명꼴로 한국의 5분의 1이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이면서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국가)에 가입한 나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산업재해국가’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다각도의 노력을 해야 한다.

국회가 지난해 말 통과시킨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다. 당정이 합의한 진상규명위원회에서 구조적 원인이 더 밝혀져야겠지만 새로운 공기업을 만들어 이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만으로 안타까운 희생을 막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갑자기 민간업체의 일감을 빼앗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체계적인 안전교육과 안전장비 구축, 안전을 최우선하는 산업문화 형성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눈앞의 손쉬운 대책에만 의존하기보다 산재를 일으키는 다양한 문제점들의 원인을 찾아내서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꽃다운 청년의 죽음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김용균법#산업재해#산업안전보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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