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윤정구]‘사회적 비용’ 과다 기업 공채 수술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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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아직도 대기업은 정해진 시점에 대규모의 범용인재를 채용해 필요한 부서에 배치하는 공채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공채제도가 필요했던 시대는 경영진이 전략을 정하면 종업원들이 충성심을 가지고 일사불란하게 집행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했던 시기다. 하지만 혁신이 절체절명의 가치로 떠오르고 있는 디지털 초연결시대에 대규모 인재를 충원해 수직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은 시대착오적이다. 공채제도를 시행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정도다.

공채제도는 스펙 경쟁을 부추겨 회사나 지원자에게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다. 기업은 직무와 상관없이 한꺼번에 많은 인재를 채용하다 보니 결국 줄을 세워야 한다. 학벌 학점 토익 봉사 연수 등 스펙을 만들기 위해 젊은이들이 졸업을 유예하거나 학원을 다닌다. 기업이 치러야 하는 사회적 비용도 천문학적이다. 자신들만의 비밀스러운 스펙기준에 따라 범용인재를 뽑아 직무에 배치하니 직무성과가 날 리가 없다. 신입사원에 대한 기업의 업무 만족도 조사를 보면 70점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변화하는 환경에서 창의적이고 실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는 거리가 멀다. 회사는 정작 자신들이 뽑아놓고 쓸 만한 사람이 없다고 불평한다.

공채가 가져온 가장 큰 사회적 비용은 다양성의 문제다. 다양성은 불확실한 저성장 시대에 기업이 혁신을 통해 생존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스펙을 통한 서열 경쟁에 집중하다 보니 회사에서 뽑히는 인재들도 동질적인 인재들만 뽑힌다. 정해진 스펙을 기준으로 천재급 인재를 많이 뽑아도 비슷한 집안배경과 학교, 전공, 교수진 밑에서 길러진 동질적 인재들이라면 필요 이상으로 중복된 인재를 뽑은 것이다. 이들은 회사에 들어와서도 동기라는 이름으로 동질성을 강요하는 문화를 만든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협업적 상시채용 제도가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협업적 상시채용은 채용수요를 가진 부서나 팀이 주도권을 가지고 자신들에게 필요한 인재 채용을 위해 회사와 상시적으로 협업하는 제도다. 회사는 수시로 지원자들을 유인하고 유입된 인력을 일차적으로 걸러낸다. 현업부서는 자신의 직무수요에 따라 회사의 인력 풀에서 낚시채용을 한다. 협업적 상시채용의 최대 장점은 인재에 대한 책임감이다. 책임지고 채용하고 육성해야 하기 때문에 인재 채용에 대한 책임도 현업부서가 맡는다. 자신들에게 최적화된 인재를 뽑지 않을 수가 없다. 낙하산식 인사추천 등 불공정성의 문제도 사라진다.

상시채용을 정착시키기 위해서 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채용된 다양한 인재를 한 방향으로 정렬시킬 수 있는 기업의 사명이나 목적가치가 없다면 다양한 인재는 밑 빠진 항아리처럼 유실된다. 현업부서가 회사와 협업해 채용할 경우 업무 이외에 가외로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줄 수 있는지도 관건이다.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공채제도#기업 공채#상시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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