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고미석]‘부포 세대’

고미석 논설위원 입력 2018-05-04 03:00수정 2018-05-04 09:4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알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가수 양희은의 노래 ‘엄마가 딸에게’를 배경으로 한 TV 광고가 3년 전 선보여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결혼한 자식의 자식농사까지 책임진 부모 심정에 특히 중장년층이 깊이 공명했다.

▷한국의 5060세대는 장성한 자녀의 뒤치다꺼리를 마다하지 않는 부모인 동시에, 연로한 부모를 모시는 자식이기도 하다. 자식 교육을 위해 전력투구했지만 지금은 자칫 ‘N포 세대’가 된 자식의 부양까지 책임져야 할지 모른다. 기대수명의 증가로 인해 부모의 노후 지원과 병 수발에 보내는 시간도 길어졌다. 부모 봉양과 자식 부양, 두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버겁다.

▷엎친 데 덮친 격인가. 5060세대가 최초의 ‘부포 세대’(부양받는 것을 포기한 세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50∼69세 20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8명이 ‘자녀에게 노후생활 지원, 간병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75.2%는 ‘노후는 정부나 자녀에게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도 했다. 자식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게 공통 정서인 셈. 그러나 막상 “노후 대비를 완벽하게 마쳤다”고 답한 것은 6.7%에 불과했다.

▷1955∼1963년에 출생한 국내 베이비붐 세대의 주축을 이루는 5060세대. 위를 봐도 아래를 봐도 답답하다. 자식으로서는 전통적 가치관을 지닌 부모 세대의 눈높이에 못 미치니 죄스럽고, 부모로서는 다 큰 자식들을 언제까지 부양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그런데도 본보와의 심층 인터뷰에서 이들은 “전쟁을 겪은 부모 세대에 비해 나는 고생을 덜한 세대다. 자식들이 부모에게 심리적 물질적 빚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모와 자식을 위해 헌신하면서 정작 자기 삶을 잃고 기댈 언덕이 사라진 5060, 이제라도 스스로의 인생을 돌아보고 돌봐야 할 때다. ‘엄마가 딸에게’의 노랫말이 어쩌면 도움이 될지 모른다. ‘너는 너의 삶을 살아라.’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주요기사

#5060세대#부포 세대#노후생활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