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왜’가 빠진 국정화 시정연설, 4대개혁 살려내겠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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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국회 시정연설에서 당초 예상보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를 비중 있게 언급했다. 41분간의 연설 가운데 약 4분을 이 문제에 할애했고, 큰 손동작에 목소리까지 높이는 단호한 모습도 보였다. 그동안 정부와 여당을 앞세우던 태도에서 벗어나 직접 국정화 관철을 위한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인 것이다. 그 직후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기자회견을 열어 “11월 5일 구분고시를 하고 11월 말부터 교과서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역사교육의 정상화로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도, 통일을 대비하기 위해서도,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확고한 국가관을 가지고 주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도 역사교육을 정상화시키는 것은 당연한 과제이자 우리 세대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국정화로 역사 왜곡이나 미화가 있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지만, 그런 교과서가 나오는 것은 저부터 절대로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좌편향의 현행 검인정 교과서로는 올바른 역사교육이 어렵다는 데 십분 공감한다. 그러나 그 해법이 왜 정부 주도의 국정화여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번 시정연설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역사 편향 교육은 교사와 교육 현장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책이나 설명도 없다. 야당을 비롯한 국정화 반대 세력은 ‘친일과 독재 미화’ 우려를 반대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대통령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이 정부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할지 걱정하는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설사 국정화가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국정화에 따른 우려 표출까지 백안시하는 것은 지나치다. 박 대통령이 왜 국정화가 필요한지 더 적극적으로 국민을 설득해야 하고, 야당도 논리로써 이에 맞서야 한다. 야당이 국정화 문제를 법안 및 예산안 통과와 같은 국회 운영과 연계시키거나 장외 투쟁과 같은 정치투쟁 거리로 삼는 것은 하책(下策)이다.

박 대통령은 올해 시정연설에서도 경제를 56번, 청년을 32번 언급하는 등 민생경제와 함께 공공 노동 금융 교육 4대 구조개혁에 대해 각별히 강조했다. 국회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등 경제활성화에 필요한 법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으로서 너무나 안타깝고 가슴이 타들어 가는 심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국정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된다면 이런 간절한 바람도 말짱 허사가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난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박 대통령의 열린 리더십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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