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어느 토요일, 경기 용인에 위치한 화훼 농가를 찾았다. 날씨가 조금 풀리는가 싶더니 다시 바람이 차가워진 날이었으나 훈훈한 온실 안에 들어서 앤슈리엄 꽃이 빨갛게 피어 있는 모습을 보니 겨울이 다 지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앤슈리엄은 ‘청초’ ‘사랑에 번민하는 마음’이라는 꽃말을 가진, 짙은 녹색의 두껍고 윤기 나는 잎이 특징인 식물이다. 앤슈리엄이 공기 정화에 탁월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 꽃을 찾는 소비자가 점차 늘고 있으나 재배 때 높은 온도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농가의 난방비 부담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이날 방문한 농가에서 앤슈리엄을 기르는 데 지불한 난방비는 얼마일까. 온실 2947m²(약 890평)에 연간 900만 원 남짓이라고 한다. 같은 면적을 경유로 난방하는 경우 3600만 원이 드는 것과 비교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난방비 절감의 비법은 지열이다.
지열은 신재생에너지다. 겨울에는 땅속 열(섭씨 10∼15도)을 40∼50도로 증폭시켜 난방에 활용하고 여름에는 냉방에도 활용할 수 있다. 온실 냉난방에 지열을 이용하면 경유에 비해 에너지 비용을 70∼80% 절감할 수 있다. 시설원예 작물은 난방비가 경영비의 30∼4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기 때문에 에너지 절감은 농가소득 증대 및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다.
지열 냉난방의 효과에 대해 한참 설명하던 주인이 이번에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온실 내·외부 온도, 습도, 일조량, 이산화탄소 농도 등의 변화가 그래프로 나타나 있다. 첨단 센서로 재배 환경에 대한 정보를 감지하고 적합한 환경으로 적기에 제어할 수 있도록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지열 냉난방시설에 ICT까지, 농업도 첨단을 걷고 있다.
정부는 농업 분야의 에너지 절감을 위해 지열이나 발전소 온배수 등을 이용한 냉난방시설 설치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농업 분야 탄소배출량을 감소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냉난방 비용을 70∼90% 절감할 수 있으며 파종 시기 등을 조절해 생산량 증대도 가능해진다.
원예시설 현대화의 일환으로 ICT 융·복합도 지원하고 있다. ICT를 활용하면 실시간 환경 모니터링 및 관리,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재배기술 개선 등으로 생산량과 품질 면에서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나아가 온실 환경의 적정한 관리를 위해 밤낮으로 노심초사하고 심지어 온실에서 쪽잠을 자기도 했던 시설원예 농업인의 삶에도 여유가 생긴다.
오늘날 우리 농업은 고령화 등으로 경영 규모와 생산성이 낮은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고 농업강국과의 연이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으로 시장 개방이 확대되는 등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협을 우리 농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첨단기술의 융·복합을 통한 농업경쟁력 제고 및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농업인과 정부가 더욱 힘을 합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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