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상복의 여자의 속마음]<101>아내의 절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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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수 서태지가 아내의 ‘절친(절친한 친구)’인 배우 박신혜에게 밥차를 선물해 화제를 모았다. 서태지는 촬영현장에 든든한 한 끼를 보내줬고 그 소식이 인터넷에 알려지자 ‘아내의 절친까지 챙겨주는 남자여서 멋지다’는 반응이 댓글로 이어졌다.

그런데 여자들과 지내다 보면 이따금 ‘두 사람이 절친 사이가 맞는지’ 의구심이 드는 경우가 있다. 이는 여성이 남성의 친구 사이를 볼 때도 마찬가지이기는 하다. 친밀감을 드러내기는커녕 티격태격하는 남자 방식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남자끼리의 경쟁심은 누가 더 잘나고 못났는지를 가리고 나면 끝이고 말다툼 또한 대부분은 장난이다.

남자의 관점에선 절친과 다정하게 수다를 떨다가 헤어지고 나서야 적대감을 쏟아내는 아내의 우정이야말로 기이하게 보인다. 남편으로선 왜 그러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내의 해석을 거쳐서야 절친이 대화 중에 심었던 ‘말의 뼈’가 하나씩 드러난다. 그간 어떻게 모욕을 참아왔는지 아내의 하소연으로 이어진다.

남편은 부르르 떤다. 남자 세계에선 서열이 정해지고 나면 안 건드리는 법이다. 한데 그 여자처럼 만날 때마다 집요하게 약점을 건드린다면 친구 사이가 아닌 것이다. 남편이 잘라 말한다. “웃기는 여자네. 다시는 만나지 마.”

아내가 의도적으로 또는 무의식적으로 편집 기술을 동원해 유리한 말만 늘어놨음을 남편은 알지 못한다. 자기가 못되게 굴었거나 친구의 반감을 샀던 부분은 절묘하게 가리는 것이다.

완전히 끝난 사이라고 믿었던 그 친구를, 아내는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다시 만나고 돌아온다. 기이함이 불가사의로 바뀌는 순간이다. 남편이 “화해했느냐”고 물으면 아내가 화를 낸다. “우리가 언제 싸웠다고 그래!” 그러고는 며칠 후에 또 스트레스를 받고 돌아와 친구 욕을 한다.

여자들의 절친 역시 ‘엄마 마음에 안 드는 아들 친구’만큼이나 인연이 질기다. 전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므로 서로 하나부터 열까지 꿰고 있으며 깊은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러니 아내의 절친에게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내가 사는 세계를 구성하는 주요 인물 중 하나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남자가 이익이 되는 사람에게 끌리는 데 비해 여성은 자기 기분을 알아주는 이를 곁에 두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가끔은 다투더라도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을 수 있는 솔메이트 절친이 있다면 여성에겐 그만한 축복이 없다.

한상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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