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의 따뜻한 동행]휴게소에서 생긴 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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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에 다녀온 남편이 좋은 일 하나 했다고 자랑이다. 여주휴게소에서 잠깐 쉬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휴대전화로 사람 좀 찾아 달라고 하더라는 것. 할아버지랑 차를 타고 강릉으로 가던 길이었는데, 화장실에 다녀와서 아무리 찾아봐도 도저히 자동차를 찾을 수 없다면서 할아버지에게 전화를 해달라는 부탁이었다.

남편이 통화를 해보니 할아버지가 그만 할머니 태우는 걸 깜빡 잊고 출발했다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다음 휴게소인 문막까지 할머니를 좀 태워다 줄 수 없겠느냐고 사정했다는 것이다. 남편은 목적지인 문경과 다른 방향이어서 자신 대신 좋은 일을 해줄 사람을 물색했다고 한다. 마침 아주머니 둘이 지나가기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할머니를 부탁했더니 흔쾌히 수락하더라는 것.

차에서 남편을 기다리던 일행들은 그런 일을 전해 듣더니 “실수한 거야. 할아버지가 간신히 할머니를 떼버린 거 같은데” 농담을 하며 저마다 휴게소에서 일어난 실수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중에는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아프다고 뒷자리에서 담요를 쓰고 누운 부인을 태우고 오다가 휴게소에 들른 남편이 화장실에 다녀온 뒤 아무 생각 없이 출발했는데 아뿔싸, 부인이 뒤에 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정인즉슨 남편이 화장실에 간다고 차에서 내린 뒤 부인이 차에서 내려 화장실에 갔고, 그 사이에 차로 돌아온 남편은 뒷자리를 살펴보지도 않고 그냥 출발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휴게소 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의외로 그런 경우가 왕왕 있다고 한다. 특히 늘 혼자 운전하고 다니던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본인만 타고 확 출발해버린다는 것. 유턴이 불가능한 고속도로에서 이런 일을 뒤늦게 알게 된 당사자들은 얼마나 황당할까? 더구나 휴대전화와 지갑을 차에 두고 후딱 일을 보고 돌아올 생각으로 내린 경우에는 정말 막막할 것이다.

“에이, 설마….” 휴게소에서 생긴 어처구니없는 일들을 처음 들었을 때는 허투루 넘겼는데, 날이 갈수록 나도 믿을 수 없는 실수를 종종 하게 되면서 잠깐 차에서 내릴 때에도 슬며시 지갑과 전화기를 챙기는 버릇이 생겼다. ‘남에게 일어나는 일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까닭이다.

이번 주말 황금연휴를 맞이하여 나들이 차량이 넘치고 휴게소 또한 몹시 붐빌 텐데 부디 출발 전에 먼저 옆자리, 뒷자리 확인부터 해야 할 것이다. 아내를 혹은 남편을 떼버리려고 했다는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말이다.

윤세영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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