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고노 담화 버리고 한일 국교 50년 맞을 텐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3일 03시 00분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는 어제 서울에서 “전쟁에 대한 반성과 과거에 대한 청산 없이는 평화주의를 표방할 수 없다고 판단해 1995년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혔다.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의 식민지배와 침략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에 대해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며 고노 담화를 부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한일 정상회담을 정식으로 열어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올해 5월에도 방한해 “일본이 과거 역사를 직시하고 이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아베 신조 정부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일본의 과거사 역주행을 보다 못해 90세의 고령에도 한국을 거푸 찾아 아베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했다.

일본의 집권 자민당은 그제 고노 담화를 대체하는 담화 발표를 정부에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아베 정부는 두 달 전 고노 담화 검증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일본 정부와 집권당이 각본을 짜놓고 주고받으며 고노 담화의 무력화를 시도하는 모양새다. 자민당 정무조사회는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과 종전 70주년인 내년에 새로운 담화를 발표해야 한다”며 시기까지 못 박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올해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한일 수교 50주년이 되는 내년이 한일관계 새 출발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일본에 열린 자세를 보였다. 박 대통령이 유흥수 한일친선협회중앙회 이사장을 최근 신임 주일 대사로 보낸 것도 한일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한일 정상은 11월 베이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두 나라가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어떻게 맞을지 가늠하는 기회다. 아베 총리가 한일관계 개선에 의지가 있다면 무라야마 전 총리의 충고에 귀를 기울여 고노 담화 무력화를 중단해야 한다. 일본이 전향적으로 나선다면 한국이 호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무라야마 도미이치#고노 담화#한일 수교 5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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