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 그림]나만의 이상향을 그려 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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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원, Dreamroom-Michalis, 2002년
원성원, Dreamroom-Michalis, 2002년
‘유토피아, 무릉도원, 샹그릴라, 아르카디아, 엘도라도, 파라다이스.’

모두가 이상향을 가리키는 용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근심이나 걱정 없이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이상향을 꿈꾸며 살아가리라. 원성원 작가는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이상향에 대한 갈망을 예술작품에 표현한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갓 잡아 올린 물고기를 즉석에서 구워 맛있게 먹고 있는 남자. 무더위에 지친 도시민의 로망인 이 남자는 키프로스 출신의 독일 작가 미할리스다.

그런데 작품 속에 나오는 풍경이 환상적이다. 책과 잡다한 살림도구를 올려놓은 선반, 낡은 소파의자, 침대, 커튼이 달린 창문, 라디에이터가 있는 방이 계곡에 있으니 말이다.

인간의 주거공간과 대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이곳은 대체 어디일까? 원성원의 작가노트를 펼치면 실내에 계곡물이 흐르는 장소와 창작 의도에 대해 알게 된다.

‘독일 유학 시절 절친인 미할리스는 내게 고향의 개울물에서 물고기를 잡아 구워 먹던 옛 추억을 자주 얘기해 주었다. 자신의 작고 소박한 방에 그리스 신전의 기둥을 가져오고 싶다고도 말했다. 나는 그가 꿈꾸는 것들이 내 작품 속에서 모두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촬영한 강원도의 여러 계곡과 개울 풍경, 그리스식 기둥을 촬영한 100여 장의 사진을 합성해 꿈과 현실이 통합되는 이상향을 창조했다.’

인간이 이상향을 꿈꾸는 것은 삶이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실이 고달프게 느껴질 때 나만의 이상향을 마음속에서 그려 보며 위안을 얻는 것도 좋으리.

이명옥 한국사립미술관 협회장
#이상향#미할리스#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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