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피아 철밥통 위해 민간에 떼어준 안전관리

  • 동아일보

세월호 참사와 함께 해운업계의 위험한 선박 운항 실태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이 안전 점검을 업계 이익단체에 위탁하고, 해피아(해수부 또는 해경+마피아)들의 퇴직 후 일자리 창구로 이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안전 업무를 업계에 맡기고 관료 출신 관(官)피아를 내려보내는 곳은 해운업계뿐이 아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정부가 책임질 일인데도 특수한 기술이 필요하다거나 단순한 일이라는 이유로 민간에 위탁한 사업이 170여 건, 3조 원 규모였다.

국방기술품질원이 군납제품의 품질 검증 업무를 민간에 맡긴 후 최근 전투기 부품 검사 결과가 위조되고 장병들이 먹는 음식 재료에서 발암물질 함량이 조작됐다. 전국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의 폐수를 처리하는 시설 관리 책임자는 지방자치단체이지만 실제 업무는 대부분 입주 기업 협의체가 해 수질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문이다.

정부의 업무 중 특수한 전문성이 필요한 것이나, 민간을 지원하는 일 등 업무 성격에 따라서는 민간에 위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상시 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협회나 조합에 정부 업무의 일부를 맡긴 다음 관피아가 내려가 정부 감독의 날을 무디게 하는 역할을 하면 안전에 큰 위협이 된다.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이 정부 17개 부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4급 이상 간부 출신 관피아는 지금도 공기업이나 관련 협회에 384명이 근무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위원회를 포함하면 500명 이상 될 것이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인사적체 해소 수단으로 국장 실장 차관을 지낸 간부들을 산하 공기업과 단체에 내려보내는 것을 당연시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4급 이상 출신 ‘식피아’는 지난 10년간 총 93명 중 83명(89.2%)이 안전검사 기관이나 협회에 재취업했다. 관피아는 기업의 부실 성장에도 한몫했다. 3조 원대에 이르는 경영비리 혐의로 구속된 STX 강덕수 전 회장은 산업통상자원부 출신 산피아와의 연관 의혹이 불거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9일 긴급 민생대책회의에서 “안전이라든가 소비자 보호, 공정 경쟁을 위해 꼭 필요한 좋은 규제는 반드시 유지하고 필요한 경우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협회, 업계의 관피아로 연결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만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
#관피아#세월호#박근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