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면담 시위’ 안 대표도, 외면하는 박 대통령도 답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5일 03시 00분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어제 청와대를 전격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안 대표는 박준우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만나 “기초공천 문제와 외교 국방 등 (이야기를) 나눌 주제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자격으로 면담을 요청한 것이며 4월 7일까지 답을 달라”고 요구했다.

제1 야당의 대표가 사전 조율 없이 청와대를 불쑥 찾아가 대통령 면담을 요청한 것은 우선 모양새가 적절치 않다. 안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등을 통해 몇 차례 회동을 제안했지만 반응이 없자 무시당했다는 생각에서 시위성 방문을 한 것 같다. 당내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고, 대통령 담판을 촉구하는 주장까지 나오자 우회적으로 국면을 돌파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 어느 경우라도 대통령과 제1 야당 대표의 만남은 격식을 갖춰야 한다.

기초선거 정당 공천 폐지는 여야의 공통된 대선 공약이었지만 정치적 셈법이 달라 법 개정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제 공약을 지키고 안 지키고는 각자의 선택에 달렸고,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된다. 안 대표 측과 옛 민주당은 무공천을 연결고리로 새정치연합을 탄생시켰다. 누구의 강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신들이 선택한 것이다. 내부 반발을 무시하고 무공천을 그대로 밀고 나가든지, 지방선거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다소 욕을 먹더라도 공천 쪽으로 선회하든지 결단하면 된다. 무공천은 명분, 공천은 실리의 이득이 있다. 당내 문제에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은 새 정치와 거리가 먼 구태다.

하지만 안 대표의 면담 요청이 정략적이라 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무시하거나 기피할 일만은 아니다. 경위가 어찌 됐든 새누리당과 박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새누리당을 대표해 최경환 원내대표가 사과했지만 박 대통령도 국민에게 직접 사과해야 국민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것은 소통과 통합, 원활한 국정운영에 바람직한 일이다. 외교 안보 경제 복지 분야의 국정현안에 대해 대화하면서 야당의 협조를 요청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거개입이라는 식으로 외면하기보다는 기초공천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인지를 솔직히 밝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야당 대표를 무시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박 대통령에게도 득이 될 게 없다.
#안철수#새정치민주연합#박근혜#면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