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이재]싱글맘들의 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2일 03시 00분


김이재 문화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김이재 문화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롤링, ‘세계 최장기 공연 연극, 쥐덫’의 원작자인 애거사 크리스티, 영국 패션업계 리더 비비언 웨스트우드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싱글맘의 아픔을 이겨내고 성공한 영국 여성들이다.

일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이 심했던 20세기 초 부업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던 크리스티는 남편의 외도에 충격을 받고 이혼했다. 어린 딸을 홀로 키우며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그는 집필에 몰두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책이 팔린 작가의 영예를 누리고 추리 소설의 여왕이 되었다.

영국 왕실의 웨딩드레스 디자인 요청도 자신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다며 거부할 정도로 개성이 강한 웨스트우드 역시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며 어린 아들 둘을 홀로 키워야 했다. 재료비가 부족해 자투리 천으로 옷을 만드는 궁핍한 생활을 하면서도 패션 디자이너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저소득층에게 우선 제공되는 장기임대 공공주택과 무상교육·의료복지 혜택, 모두에게 무료로 개방되는 박물관과 미술관은 싱글맘인 그가 디자이너로 성공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롤링 역시 서러운 싱글맘의 시기를 거쳐야 했다. 포르투갈인 남편과 이혼 후 잉글랜드의 고향마을이나 런던 대신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 정착했다. 어린 딸을 혼자 키우는 싱글맘에게 작가 지원금을 줘 집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스코틀랜드 정부에 고마워하는 롤링은 지금도 가난한 이웃을 돕는 일에 적극적이다.

창조경제 실현에 있어 기업 활동과 첨단기술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저소득층 싱글맘도 희망을 갖고 계속 도전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기반을 제공하는 복지 정책은 창조경제 생태계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다. 허름한 동네 카페에서 유모차를 밀며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가난한 싱글맘이 창조경제를 이끄는 주역이 되는 마법이 한국에서도 통했으면 좋겠다.

김이재 문화지리학자·경인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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