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박성원]정몽준의 ‘연봉 1만 원’ 시장론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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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퇴임한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270억 달러(약 28조 원)의 재산가였다. 12년 재임하면서 봉급은 단돈 12달러만 받고 나머지는 전부 기부했다. 연봉 1달러만 받겠다는 선거공약을 지킨 것이다. 미국에서 ‘1달러 봉급자’는 무료봉사하는 공직자의 상징어로 쓰인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이 “당선되면 연봉 1만 원만 받겠다고 선언을 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블룸버그는 뉴욕시장을 하면서 자기 돈 7000억 원을 썼다. 저도 여건이 허락하면 경제적인 여유가 있으니 열심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가 보유한 현대중공업 주식 가치가 1조7000억 원이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주식백지신탁 심사위원회에 심사청구를 할 경우 백지신탁 대상으로 판정을 받을 수도 있다. 어쨌거나 그 많은 재산 중 상당액을 서울시민을 위해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 시절 월급을 통째로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시 재단 상임이사였다. 대통령 시절에도 세금 등을 제외한 실수령액을 모두 불우이웃 시설에 기부금 형식으로 보내는 바람에 김윤옥 여사는 월급을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손병두 삼성꿈장학재단 이사장도 서강대 총장시절 월급 전액을 학교발전기금으로 냈다.

▷서울시민에게는 시장이 연봉을 1만 원만 받든, 부자이든 아니든 중요한 게 아니다. 유능한 시장이 열심히 일해 시민의 가려운 데를 긁어주고 수도 서울을 발전시킨다면 보너스까지 얹어준들 아깝겠는가. 그렇다 해도 민주당에서 “돈 많다고 자랑하는 꼴”이라는 비난 논평까지 낼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남의 돈으로 선심 쓰기는 쉬워도 내 호주머니에서 단돈 1만 원을 기부금으로 내는 데는 주저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안랩 주식의 사회 환원 계획을 밝혔던 안철수 의원이 2017년에 가서 ‘연봉 1만 원 대통령’ 구상을 밝힌다면 민주당은 어떤 논평을 내놓을지 궁금하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
#마이클 블룸버그#기부#연봉#정몽준#서울시장 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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