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경파에 휘둘리다 선거 때만 ‘右클릭’하는 민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7일 03시 00분


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그제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 자리를 사임하면서 “과감하게 전선을 오른쪽 중간에 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남보다 충청권 유권자 비율이 더 높아졌고 ‘보수 40, 중도 30, 진보 30’이란 이념적 구성비율이 바뀔 가능성이 적으며, 유권자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며 중산층과 서민뿐 아니라 건강한 대기업과 연대를 표방하고 이에 맞게 경제정책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북정책에 대해서도 “북한의 인권 실상을 지적하는 것을 두려워해선 안 된다”며 ‘신(新)햇볕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견해는 2012년 총선거와 대통령선거 직후 민주당 안팎에서 지적됐던 패인 및 처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직을 물러나면서 비로소 이런 얘기를 꺼내니 “그동안 뭘 하고 있었느냐”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신년 회견에서 ‘제2 창당의 각오’를 밝힌 데 이어 당직 인선에서 강경 좌파 노선을 보이는 친노(친노무현) 인사들을 대거 배제한 것도 민 의원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지난해 5월 당대표로 선출됐을 때도 ‘뼈를 깎는 혁신’을 다짐했지만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강경 투쟁 논리가 민주당을 몰고 갈 때마다 김 대표 등 지도부는 머뭇거리며 끌려 다녔다.

민주당에서 다시 거론되는 ‘중원(中原) 공략 전략’은 올해 6·4지방선거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지율에서 민주당을 크게 앞서고 있는 가상의 안철수 신당으로부터 중도 유권자를 빼앗아 오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이다. 동기가 무엇이든 국민이 원하는 정치로 방향을 튼다면 바람직한 일이다.

민주당은 2008년 손학규 대표와 2010년 정세균 대표 때도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생활정치를 내세운 ‘뉴민주당 플랜’을 추진했지만 친노 세력의 반대에 부딪쳐 흐지부지됐다. 이번에도 중도 쪽으로 우클릭하는 시늉만 하다가 언제 그랬었냐는 듯 원점으로 돌아간다면 유권자들에게 ‘양치기 소년’처럼 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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