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허은녕]신재생에너지, 더이상 비주류가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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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잉여(剩餘)는 원래 쓰고 남은 것을 일컫는 말로 넉넉하고 여유가 있다는 좋은 의미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들이 기성사회의 틀에서 낙오하거나 쓸모없이 마치 자투리같이 여겨진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신재생에너지는 대체에너지라 불리던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국가에너지계획 차원에서 잉여 취급을 받아왔다. 2008년 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이 세워질 때도 11%라는 목표가 수립되었지만 수립 과정에서 별도의 분과로 분리되지도 않았다.

이번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그게 달라졌다.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4개 분과 중 하나로 대접받았다. 비록 목표는 여전히 11%이지만 석유 석탄 등 기존 에너지 계열에서도 그 위치를 인정했다. 8일 열린 ‘제2차 녹색성장위원회’에서 정홍원 국무총리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최대한 높은 수준으로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제는 신재생에너지가 잉여세대 취급에서 벗어나 주요 에너지 공급원의 하나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사실 신재생에너지 분과에서는 신재생목표치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생각도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의욕적인 목표치를 수립하는 것보다는 우리나라의 잠재량을 기반으로 합리적인 목표치를 설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2차 기본계획에서는 11%로 권고되었다.

이번에 신재생에너지의 목표치가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매우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다. 석유 석탄의 폐가스를 포함하고 있어 언제나 진위 논란이 있는 폐기물 에너지의 비중을 크게 낮췄다. 그 대신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에서 우선적으로 비중을 늘릴 것을 권고한 태양광과 풍력의 비중을 크게 높였다. 이른바 내실화를 꾀한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공급량이 상당 수준 늘어난 형태가 된 것이다. 또 국내 보급 위주에서 벗어나 산업경쟁력 제고 차원에서의 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것 역시 신재생에너지가 이제 잉여 에너지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 대접받게 된 것을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자기 집과 마을에 자신이 설치할 수 있는 분산형 전원이란 점이 재생에너지의 장점이다. 덴마크의 경우 설치된 풍력의 75%가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발주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사업자의 이윤을 보장해주는 사업자 중심형 보급제도에만 집중하고 있다. 사용자 중심형 설치사업의 지원은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사업자에게 이익을 주는 형태로는 국가예산이 모자랄 수밖에 없으며 설치지역 주민들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제는 실제 에너지를 사용하는 국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용자 중심형 설치사업을 위주로 한 정책 변화를 시도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설치된 재생에너지시설의 보수, 관리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해당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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