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훈]한국과 프랑스의 공직자 혼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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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년 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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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외자(婚外子)는 혼인하지 않은 남녀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다. 정부가 최근 국무총리실 1급 인사 대상자에게 ‘혼외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검증하겠다’는 내용의 동의서룰 받았다고 한다. 그동안 ‘고위공직 예비후보자’에 대한 사전 질문서에 없었던 내용이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 아들 의혹 때문에 중도 하차한 것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후보자 검증을 강화하면 되지, 절차를 따로 둘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검은 헬멧에 스쿠터를 타고 여배우 집을 찾아가 밀회(密會)를 즐겼다고 연예 주간지 ‘클로저’가 보도했다. 스쿠터를 타고 헬멧을 쓴 모습은 대통령이 아니라 바람둥이 중년 같다. 올랑드 대통령은 “대통령도 사생활을 지킬 권리가 있다”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 20년 전에는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에게 숨겨둔 정부(情婦)와 혼외의 딸이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그때도 유력 일간지 ‘르몽드’는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고 반문했고 별 문제없이 넘어갔다. 성문화에 개방적인 프랑스는 공직자의 연애 스캔들도 사생활로 봐준다.

▷공직자의 혼외자 문제에 우리 사회는 매우 엄격한 편이다.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은 30여 년 전 미혼이던 사무관 시절의 혼외자 문제로 국회에서 사과했다. 이명박 정부 때 한 인사는 청와대로부터 고위직을 맡아 달라는 제의가 오자 “혼외자가 있다”고 털어놓은 뒤 고사했다. 국회의 청문회와 인준 절차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그 자리에는 검증절차를 이미 두 차례나 거친 다른 고위직이 임명됐다.

▷혼외자를 호적에 버젓이 올릴 고위 공직자는 극히 드물다. 지금까지는 부실한 검증으로 혼외자 문제는 양심에 맡길 도리밖에 없었다. 하지만 혼외자를 둔 공직자는 앞으로 검증 동의서를 쓸 때 심리적 압박을 받을 듯하다. 피붙이의 천륜을 부정하기가 어려워 동의서를 쓰지 않고 공직을 포기하는 사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자유연애 지상주의 나라 프랑스의 공직윤리를 한국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영훈 논설위원 tao4@donga.com
#공직자#혼외자#채동욱#프랑스#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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