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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기고/박인호]귀농을 꿈꾸는 당신에게

입력 2013-11-11 03:00업데이트 2014-07-2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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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호 농부·전원 칼럼니스트
지난달 하순, 모처럼 강원도 산골을 벗어나 이틀간 서울 나들이를 했다.

목적지는 강남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SETEC)에서 열리고 있는 귀농·귀촌 박람회장. 예비 귀농·귀촌인 상담차 찾은 행사장 열기는 사회적 트렌드가 된 귀농·귀촌 열풍을 반영하듯 사뭇 뜨거웠다.

하지만 귀농 4년차인 필자가 보고 느낀 박람회장의 분위기는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721만 명) 등 방문객들의 인생 2막 설계라는 ‘무거운’ 주제를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가벼웠다. 필요한 정보도, 성의도, 열정도 부족했다. 좀 심하게 말하자면, 정부와 지자체가 ‘귀농·귀촌 쇼’ 무대를 차려 놓고 흥행을 위해 도시민을 상대로 ‘호객 행위(?)’를 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귀농·귀촌은 쇼가 아니라 현실이다. 더구나 영농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소득의 대부분을 조달하고자 하는 귀농은 말할 것도 없다. 2009년(4080가구)부터 급증한 귀농 행렬은 2011년(1만503가구), 2012년(1만1220가구)에는 각각 1만 가구를 넘어섰다. 2008년(2218가구)과 비교해 보면 가위 폭발적인 증가세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귀농 통계에는 ‘반쪽 귀농인’이라는 ‘거품’이 끼어 있다. 현재 귀농인이 되기 위해서는 농업인(농민의 법적 용어)의 자격만 갖추면 별다른 걸림돌이 없다. 농업인은 농촌으로 이주해 농지 1000m²(302.5평) 이상만 확보하면 된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귀농인의 재배면적은 0.5ha(약 1500평) 미만이 70.4%에 달하고, 임차한 농지 비중이 43.5%에 이를 정도로 영농 기반이 열악하다. 또한 지난해 전체 귀농가구 중 57%는 배우자 동의 없이 강행했거나, 또는 현실적인 이유로 혼자 내려온 나홀로(1인 가구) 귀농이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귀농에 실패해 단지 귀촌(歸村)으로 전환하거나, 다시 도시로 U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예비 귀농인들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쏟아내는 각종 귀농 지원책(대출 및 보조금)에 의존하려 하지만 여의치 않다. 주택 신축 및 구입 자금, 농지구입·시설설치 등 창업자금 관련 대출(연리 3%)은 모두 담보를 요구한다. 설령 대출 자격을 갖췄다고 해도 누구나 한도(2억 원)만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각종 보조금 지원 사업 역시 실제와는 크게 다르다. 실례로 강원도 한 군에서 설치비 50%를 보조하는 비닐하우스 사업(165m²·약 50평)의 경우, 군이 책정한 사업비 기준은 325만 원(162만5000원 보조)이지만, 실제로는 46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자부담은 크게 늘고 보조비율은 뚝 떨어지는 것이다.

자기 자본에 더해 대출 및 보조금 지원을 받는다 해도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억대 부농의 꿈은 접는 게 낫다. 지난해 1억 원 이상 소득을 올린 농업인은 1만6401명에 달하지만, 이는 전체 농가의 1.4%에 불과하다. 결국, 2009년 이후 불고 있는 귀농 열풍에는 환상(쇼)과 거품(반쪽 귀농인)이 끼어 있고 진실은 농사를 지어 돈을 벌기란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귀농을 포기해야 하는가.

귀농의 현실은 냉엄하지만, 인생 2막 삶의 목표를 ‘성공 귀농’이 아닌 ‘행복 귀농’에 둔다면 결코 갈 수 없는 길은 아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선택하고, 그것 때문에 인생이 온통 달라지는 기쁨을 맛보고자 한다면 당신의 귀농 좌표를 이렇게 설정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그 좌표는 돈, 명예, 편리함 등 도시적 가치를 내려놓고 자연과 하나 되어 무욕, 안식, 느림을 추구하는, 당신과 가족의 참행복 찾기다.

박인호 농부·전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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