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최영해]누드 비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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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항을 떠난 크루즈 유람선이 카리브 해를 항해하다 꼭 들르는 곳이 있다. 카리브 해 북동쪽에 있는 세인트마틴 섬이다. 이곳은 늘 한여름이다. 1493년 콜럼버스가 2차 신대륙 탐험 때 발견한 이 섬은 프랑스와 네덜란드가 절반씩 소유하고 있다. 크루즈 관광객들은 이곳에 내려 보석과 옷을 사고, 프랑스 요리를 즐기고, 누드 비치에서 살갗을 태운다.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누드 비치는 1950년경 프랑스 해안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카프 다그드와 하와이의 리틀 비치, 마이애미의 흘러버 비치, 캐나다의 레크 비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누드 비치다. 덴마크는 대부분 해변이 누드 비치이고 노르웨이에선 옷을 걸쳐도 무방한 누드 비치가 많다. 지금은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미국 캐나다 등 지구촌 곳곳에 누드 비치가 있다.

▷누드 비치에 몸매 좋은 아가씨들만 있을 것이라는 상상은 가보면 곧바로 빗나간다. 대부분의 누드 비치는 자녀를 동반한 가족 휴양소다. 일부에선 은퇴한 노인들이 즐겨 찾기도 한다. 누드 비치의 종류도 다양하다. 우선 날씨가 좋으면 반드시 누드로 입장해야 하는 곳. 누드 족들이 즐겨 찾는 해변가 리조트 중에 많다. 다음은 누드를 장려하지만 반드시 발가벗을 필요는 없는 곳. 팬티 정도는 걸쳐도 된다. 누드에서부터 비키니, 수영복 차림까지 이런저런 차림을 모두 용인하는 곳도 있다. 일부 누드 비치는 원래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데 당국에서 은근히 눈을 감아주기도 한다.

▷국제나체주의자협회(INF)는 누드 비치에서 성희롱을 하거나 자위행위, 섹스를 해서는 안 된다는 행동준칙을 마련해놓고 있다. 상대를 공격하거나 허락받지 않고 사진 찍는 것도 금기다. 특정 부위를 응시해서도 안 된다. 강원도가 2017년부터 동해안에 누드 비치를 조성하겠다고 한다. 더 많은 피서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라는데 성범죄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없지 않다. 예의를 중시하는 동양적 풍토에 누드 비치가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최영해 논설위원 yhchoi65@donga.com
#누드 비치#강원도#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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