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올겨울, 내년 여름에도 전력난 고통 또 겪어야 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18일 03시 00분


내년 8, 9월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3, 4호기에 사용된 제어케이블 성능이 불량으로 확인됨에 따라 내년 여름에도 전력대란이 불가피할 것 같다. 현재 가동 중인 원전 23기 가운데 6기가 멈춰 있어 이번 겨울에도 지난여름 못지않은 전력난을 각오해야 한다. 그나마 전력 공급에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되던 신고리 3, 4호기마저 준공이 늦어진다니 한국수력원자력은 무슨 일을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다.

가동 중인 원전만이 아니고 건설 중인 원전에까지 불량 케이블이 납품된 것은 품질 서류 위조와 불량제품 납품이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보여준다. 신고리 3, 4호기에 들어간 케이블은 5월 말 시험성적서 조작으로 신고리 1, 2호기 등 원전 3기의 중단을 불렀던 부품과 유사한 제품이다. 제어케이블은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자로를 냉각시키라는 신호를 보내는 원전 핵심부품이다. 일반 케이블과는 달리 고열과 고방사선 같은 특수한 환경에서도 견뎌야 하므로 엄격한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방사능 누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 단순한 소모품의 품질 서류 위조와는 차원이 다른 심각한 문제다.

불량 케이블을 만든 JS전선(옛 진로산업)은 LS그룹의 간판회사이자 전선업계 1위인 LS전선이 지분 70%를 갖고 있는 회사다. 대기업 계열사가 온 나라를 전력난에 빠져들게 한 불량 케이블을 만들고 납품했다니 어처구니없다. JS전선 케이블도 지난번 두산중공업이 불량케이블을 납품했을 때 시험성적서를 조작했던 새한TEP가 검증했다. 시험결과를 위조한 지난번과는 달리 이번에는 시험조건 자체를 조작해 질 낮은 케이블로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정부는 신고리 3, 4호기에 불량케이블이 납품된 사실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부품 수입 등 ‘플랜B’를 마련해 두지 않았다. 920km나 되는 케이블을 포함해 부품을 모두 교체하려면 결국 해외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대안이 없어 전력 부족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이제라도 부품 교체를 서둘러 원전가동을 최대한 앞당겨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원자력에 대한 국민 불신이 더욱 심해질 것 같아 걱정이다. 밀양 송전탑 공사도 신고리 3, 4호기에서 생산하는 전력을 보내기 위한 것이다. 신고리 3, 4호기 준공을 전제로 강행한 송전탑 공사도 더 심한 저항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 원전 안전과 안정적인 전력공급은 모두 중요하다. 어느 하나를 희생해서 다른 것을 얻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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