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사업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8조3000억 원의 혈세가 투입될 차세대 전투기(F-X)의 최종 기종 선정이 임박했다.
하지만 전투기를 조종했던 공군 예비역 장군의 한 사람으로서 기종 결정이 임박한 시점에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 보도에 의하면 기종 결정이 사용군인 공군의 의사보다는 가격이 기준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초 정부는 ①총수명 주기비용 ②항공기 성능 ③임무 적합성 ④경제적 편익 등 4개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최고점을 획득한 전투기를 선정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가격이 최종 결정을 지배한다면 이는 약속의 일방적 변경이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다. 또한 이 사업을 주도하는 방위사업청장과 차장이 공히 재무관료 출신이라 예산만을 중시하고, 전투기의 미래 전략적 역할과 기능은 제대로 고려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든다. 정부는 이러한 불안요소를 검토하여 시정 보완하고 다음 네 가지의 전략적 고려사항에 유념하여 최종 기종을 선정해 줄 것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일본은 벌써 작년에 42대의 스텔스 전투기 F-35를 도입하기로 계약하였고 조만간 총 150∼200대를 보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2016년에 젠-20 스텔스 전투기를 실전배치할 것으로 평가된다. 왜 우리는 주변국 대비 한 세대 뒤처진 전투기를 가져야 하는가? 돈이 없어서라기보다는 전략이 없어서다. 해상교통로 보호와 주변국과의 독도와 이어도 분쟁을 효율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전력을 외면한다면 두고두고 국민들은 후회하게 될 것이다.
둘째, F-X 사업은 차세대의 Hi급 전투기를 선정하는 사업임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제4세대 전투기인 F-15와 F-16을 무려 230대 갖고 있다. 차세대 전투기를 구매하는 F-X 사업이 230대의 제4세대 전투기군에 다시 60대의 또 다른 제4세대 전투기를 추가하는 사업이 된다면 이는 ‘시대에 역행한 사업’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셋째, 공군 전투기 확보는 획득 전략상 고성능 전투기와 저성능 전투기로 구성하여 운영한다. 질 좋은 전투기를 많이 보유하면 좋지만 임무의 성격과 예산의 제약이 있으므로 질과 양을 함께 고려한다. 국지도발 등 단기전 상황에선 질 좋은 고성능 전투기가 필수적이다. 반면 장기전 상황에서는 양적인 요소가 고려되어야 한다. 우리의 작전 여건상 주변국 위협과 응징보복 작전 등 국지전 상황을 고려할 때 5세대급인 스텔스 전투기 확보는 필수적이다.
넷째, 지난봄 김정은이 전쟁 소동을 벌일 때 미국은 F-22 스텔스 전투기, B-2 스텔스 폭격기, 그리고 핵잠수함 등을 통한 무력시위로 전쟁을 억제했다. 은밀한 공격 능력이 억제력의 핵심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미국의 억제력만 바라보고 있을 것인가. 북한의 핵 도발을 효율적으로 또 자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스텔스 전투기를 마다하고 값싼 전투기를 선정하는 것은 국가 대사를 크게 그르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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