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종엽]국회의원이 경찰간부 폭행? 국민은 그 진실을 알고 싶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7월 18일 03시 00분


조종엽 사회부 기자 jjj@donga.com
조종엽 사회부 기자 jjj@donga.com
여당 중진 의원의 경찰 고위 간부 폭행설은 사실일까.

새누리당 김태환 의원이 경찰 치안감인 이모 국장을 폭행했다고 일부 언론이 보도한 뒤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그 같은 보도가 나온 직후부터 김 의원과 이 국장은 물론이고 이성한 경찰청장까지 나서서 폭행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기자는 그동안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관련자들을 두루 인터뷰했다. 문제의 회식 자리는 지난달 17일 오후 7시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열렸다. 임시국회 안전행정위원회 1차 전체회의를 마치고 안행위 소속 국회의원 4명과 이성한 청장, 치안감 2명, 안행위 수석전문위원 행정실장 등 9명이 저녁식사를 하러 모였다.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지만은 않았다. 이 경찰청장의 말에 따르면 “서로 다른 의견”이 오갔다. 오후 7시 40분 이 국장이 선약이 있다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김 의원이 언성을 높이며 가지 말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이 이 국장의 뺨을 때렸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국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맞은 적이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 청장도 15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폭행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경찰청은 대변인 공식 발표를 통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것 같은 국가정보원 관련 이야기나 폭행은 없었다. 확인 없이 보도한 일부 언론사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동석했던 또 다른 치안감도 폭행은 없었다고 말했다.

회식에 참석했던 민주당 L 의원은 “도중에 화장실에 가기 전에는 아무 일이 없었다. 그런데 화장실에 다녀와 보니 이 국장이 부축을 받으며 나가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17일 민주당은 주장했다. 기자는 L 의원의 증언을 들으려고 했으나 해외 출장 중이어서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처럼 동석자들의 증언이 엇갈리는 가운데 폭행설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폭행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정치적으로 쟁점화하려는 태세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17일 “여당 중진 의원이 경찰 간부를 폭행하는 것은 경찰을 정권의 시녀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건”이라며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겠다”고 주장했다. 문병호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원내대표단 5명은 17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찾아와 이 청장에게 진상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경찰 내부 게시판도 부글부글 끓고 있다. “10만 경찰의 자존심이 하수구에 처박힌 라면봉지 신세가 됐다”, “‘시일야방성대곡’의 심정이다”, “간부가 국회의원에게 얻어맞고도 사실을 말하지 못하고 숨기는 듯해 짜증이 난다”는 등의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경찰청은 폭행 의혹을 처음 제기한 언론사를 17일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하지만 그 정도 수준으로 끝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만약 폭행당한 사실이 정말로 없다면 당사자인 이 국장과 이 청장, 김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이를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밝혀야 한다. 조금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당장 옷을 벗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만약 폭행설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김 의원은 물론이고 경찰청장도 당장 물러나야 한다. 부하가 폭행당했는데도 항의하기는커녕 여당 중진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진실을 숨기려 했다면, 이는 더이상 리더의 자격이 없음을 의미한다.

국민은 더는 소모적인 논쟁을 원치 않는다. 김 의원과 경찰청장, 국장, 그리고 회식에 참석했던 의원들은 하루빨리 공개적인 자리에 나와서 명명백백하게 진위를 밝혀야 한다.

조종엽 사회부 기자 jjj@donga.com
#국회의원#경찰간부#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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