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진국 평균의 배가 넘는 통신비, 서민의 무거운 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3일 03시 00분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이 2008년 1분기 13만4086원에서 올해 1분기 15만7579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2인 이상 가구를 기준으로 한 통계 수치다. 3, 4인 가구가 느끼는 통신비 부담은 훨씬 크다. 역대 정부마다 통신비 인하를 공약했으나 통신비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명박 정부도 ‘통신비 20% 경감’을 내걸었지만 결국 기본요금 1000원 인하, 문자메시지 50통 추가라는 초라한 성과에 그쳤다.

통신비가 가계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2011년 기준)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7%)의 배가 넘는다. 우리나라 가계의 통신비 비중은 교통비(11.6%)보다는 작지만 의료비(5.8%)보다 크다. 빠듯하게 살아가는 서민들이 체감하는 통신비 고통은 어느 나라보다 심하다. 월 통신비 가운데 통신 장비비는 8783원이었지만 통신 서비스비는 훨씬 많은 14만8854원으로 집계됐다. 2009년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데이터 사용이 늘어난 것이 통신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SKT KT LG유플러스의 통신 3사는 통화, 문자메시지, 데이터를 패키지 요금제로 묶어 소비자가 실제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 요금까지 물리고 있다. 공짜로 무선 인터넷을 쓸 수 있는 와이파이(Wi-Fi) 존과 무료 문자가 가능한 무선 메신저 사용이 크게 늘었는데도 스마트폰을 이용하려면 월 3만4000원에서 10만 원 이상까지 요금을 내야 한다. 이런 요금제에 포함된 통화의 30%, 문자의 70%는 쓰지 않고 버린다는 통계도 있다. 보조금을 주어 1대에 100만 원가량의 스마트폰을 싸게 파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가입자를 2∼3년간 묶어두거나 해약할 경우 상당액의 위약금을 내게 하는 것도 문제다.

최근 통신 3사가 가입비(2만4000∼4만 원)를 8월에 40% 인하하고 2015년까지 전면 폐지하기로 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반 스마트폰보다 훨씬 요금이 저렴한 알뜰폰은 현재 인터넷과 편의점에서만 팔고 있으며 9월부터는 전국 우체국에서도 살 수 있다. 알뜰폰의 서비스와 유통망을 확대해야 한다. 불법 보조금을 차단해 단말기 가격이 왜곡되는 것을 막고, 정액제 대신 소비자가 요금제를 구성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넓히는 방안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통신비#가입비#데이터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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