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리는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3월 9일 03시 00분


북한이 연일 강도를 높여가면서 도발의 북소리를 크게 울리고 있다.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외무성,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노동신문을 동원해 ‘제2의 조선전쟁’ ‘서울과 워싱턴 불바다’ ‘핵 선제타격 권리 행사’ ‘남북 불가침 합의 전면폐지와 남북 직통전화 단절’ ‘핵 장착 미사일 대기’ 등 극악한 협박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행보다. 그는 그제 서해의 최전방 기지인 무도와 장재도를 방문해 “우리 식의 전면전을 개시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큰소리쳤다. 무도와 장재도는 연평도로부터 불과 11km 거리에 있다. 무도는 2010년 11월 23일 방사포와 해안포로 연평도를 포격한 ‘도발 원점’이다. 김정은은 “연평도 포격전은 정전 이후 가장 통쾌한 싸움”이라고 주장하며 “적진을 아예 벌초해 버리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례적으로 김정은의 방문 시간을 ‘7일 새벽’이라고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 제재를 채택하기 직전에 김정은이 최전선을 찾았음을 강조한 것이다. 자신들의 협박이 빈말이 아님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지휘로 북한이 무력 도발을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도발을 저지른 뒤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뤄지면 추가 도발로 맞서는 행태를 반복해 왔다. 어제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 2094호도 북한이 경고를 무시하고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을 실시해 자초했다. 구체적인 도발 징후도 포착된다. 북한은 다음 주부터 원산 근처에서 육해공군의 대규모 화력 훈련과 함께 전국적인 기동훈련을 벌일 예정이라고 한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인접한 북한 4군단 포병부대들은 수도권을 겨냥한 모의사격 훈련을 크게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계룡대에서 열린 육해공군 장교 합동임관식에 참석해 “안보 상황이 매우 위중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한다면 대한민국은 물론이고 인류의 의지로 김정은 정권은 지구상에서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우리의 실질적 대응은 너무 한가하다. 어제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개최됐으나 3명의 장관급 참석자들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공식 회동에 그쳤다. NSC에 앞서 열린 새 정부의 첫 외교안보정책 점검회의에는 모두 차관급이 참석했다. 박 대통령과 국회는 말로는 위중한 사태라고 하면서도 국가안보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외교안보 부처의 사령탑 부재(不在)를 방치하고 있다.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강력한 응징에 나서야 하지만 북한이 도발을 포기하도록 억제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 길을 택해야 한다. 김정은의 도발 위협에 안이하게 대응하는 남한 지도부를 보면서 북한은 기습 도발을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오판을 할 수도 있다. 우리의 대응이 부실할수록 북한이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커진다. 대통령과 정부, 국회가 한마음으로 비상하게 맞서야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다.

[바로잡습니다]9일자 27면

9일자 27면 ‘우리는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제하의 사설에서 ‘무도는 2010년 3월 26일 방사포와 해안포로 연평도를 포격한 도발 원점이다’는 ‘2010년 11월 23일’의 잘못이기에 바로잡습니다.
#북한#위기#전쟁#김정은#연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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