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백헌기]안전한 일터는 행복의 시작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5일 03시 00분


백헌기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백헌기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25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는 국정운영의 최우선적인 가치를 민생현장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민의 삶을 돌보는 일에 두겠다고 했다. 그리고 국민 대통합으로 국민 모두가 행복한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행복시대’, ‘내 꿈이 이루어지는 나라’ 등의 슬로건을 통해 국민행복을 위한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행복의 프레임은 시대가 바뀌면서 변하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1960, 70년대는 그저 배부른 것이 행복이었고, 경제성장을 이루었던 1980년대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는 물질적 풍요가 곧 행복이었다. 지금은 ‘꿈을 이루는 것’이나 ‘자아를 실현’하는 것이 바로 행복의 기준이 됐다.

지금 우리사회는 얼마만큼 행복한가. 물질적으로는 어느 정도 풍요를 이뤘지만, 정신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국민행복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지표를 살펴봐도 그렇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행복감 지수는 전 세계 148개국 중 97위다. 연 평균 노동시간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고, 자살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다. 더 안타까운 것은 미래의 주역인 우리나라 청소년의 행복지수가 4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꼴찌라는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는 ‘욕구 5단계설’에서 인간의 욕구를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 욕구, 자존 욕구, 자아실현 욕구’로 설명했다.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돼야 차례로 그 다음 단계의 욕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국민행복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의 욕구를 단계적으로 충족시켜야 한다. 박 대통령은 국민행복에 다가가기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을 ‘일자리 창출’이라고 강조했다. 장기화 된 글로벌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서민들의 팍팍한 삶을 해결해 줄 열쇠가 일자리 창출이라고 본 것이다. 행복이 일자리고, 일자리가 곧 행복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일자리를 만드는 것’만큼이나 ‘일자리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매슬로의 이론처럼 안전욕구는 생리적 욕구와 함께 가장 기본적인 욕구다. 자아실현이라는 행복 달성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라는 의미다.

일터는 우리 경제의 근간이며, 국민에게는 꿈을 키우는 소중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들이 하루 250명이 다치고, 6명이 귀중한 목숨을 잃고 있다. 일터에서의 재해는 가정 붕괴와 사회불안뿐 아니라 국가 경제적으로도 큰 부담이다. 실제로 산업재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한해 18조 원이 넘는다. 연봉 2000만 원 상당의 근로자 90만 명을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 자동차 120만 대를 수출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이 산업재해로 사라지는 셈이다.

국민 행복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다. 무엇보다 행복의 걸림돌이 되는 불행의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일터의 ‘위험’도 우리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인 것이다.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큰 시기다. 대통령의 다짐처럼 우리사회가 국민의 삶이 편안하고, 즐겁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는 안거낙업(安居樂業)을 이루려면 ‘안전’이 필수적이다.

백헌기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박근혜 정부#민생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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