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분야에서 오래 취재해 왔기 때문일까. 평소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묻는 사람의 간절한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필자는 난감해진다. 모든 의사의 실력이 똑같진 않겠지만, ‘완벽한’ 의사를 족집게처럼 뽑아내는 건 쉽지 않다. 제아무리 실력이 좋은 의사도 찰나의 실수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궁여지책으로 나는 이렇게 답한다. “요즘 의료기술 많이 좋아졌어요. 그러니 어느 의사가 좋은가를 따지기보다는 병원의 시스템을 먼저 확인하세요.”
척추수술을 고민하는 사람이 참 많은 것 같다. 통계도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척추수술 건수는 20만7384건이다. 2007년엔 14만49건. 5년 새 45% 늘었다. 올 상반기에만 이미 11만1985건을 기록했다. 이 추세라면 올해는 23만 건을 넘을 확률이 크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수술을 많이 하는 병은 치질과 같은 항문질환이다. 2011년 항문질환 수술 건수는 25만4785건. 2007년의 24만5832건과 큰 차이가 없다. 유독 척추수술의 증가폭이 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어쩌면 고령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일 수도 있겠다. 척추 전문병원의 환자 대기실에 가 보면 노인들이 정말, 의외로 많다. 지긋지긋한 허리통증을 잡고 싶다는 절박감이 표정에서 느껴진다. 평균수명보다 건강수명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물론 젊은 환자도 많아졌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니 뼈가 성할 리가 없다.
그러나 과연 이 고령화와 ‘유해환경’이 척추질환이 급증하는 가장 큰 원인일까. 수술부터 권유하는 병원은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허리 수술을 꼭 해야 하는가 하는 것은 의료계의 오랜 논란거리다. 척추 분야의 명의(名醫)로 꼽히는 이춘성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수술불가론’의 대표주자다. 이 교수는 평소 “허리 디스크 환자의 80%는 수술 받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허리 디스크도 자연 치유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물론 통증이 심하면 약물이나 물리 치료를 받는 게 좋다는 단서가 달려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최근 한 대학병원이 “허리 디스크 수술보다 주사 요법이 더 효과가 크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굳이 튀어나온 허리디스크를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환자 10명 가운데 7, 8명이 주사 치료만으로도 증상이 나아졌다고 한다.
사실 기자도 척추 환자다. 확진을 받은 게 6년 전이다. 디스크가 튀어나왔고, 협착증도 진행된 상태다. 허리 근육을 강화하려는 운동은 번거롭고 귀찮다. 그때마다 이를 악문다. 통증이 심할 때가 더러 있다.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해 가쁜 숨을 내쉴 때도 많았다. 그러나 고백건대, 단 한 번도 수술을 검토하지 않았다. 어떤 의사는 “왜 미련하게 고통을 참느냐”며 수술을 권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끝까지 버텨보려고요”라며 웃을 뿐이다.
단 한 번의 수술로 병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생각은 착각에 가깝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때로 병은 평생 골치만 썩이는 친구일 수도 있다.
휴대전화 알람을 설정해 40분마다 울리도록 하는 지인이 있다. 그는 알람이 울리면 일어나 허리 스트레칭을 한단다. 참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 앞으로 이 방법을 수술 잘하는 의사가 누군지 묻는 사람에게 소개할 참이다. 수술 권하는 사회가 나는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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